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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5. 2023

소중한 것은 늦게 꽃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콜린스는 매일 자신의 시간을 점검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하루 중에 매시간 체크하기보다는 짐콜린스가 말한 것처럼 CREATIVE HOURS 창의적으로 사용한 시간을 점검해보곤 한다. 매일 주간근무 출근하는 나로서는 아침 시간이 가장 창의적인 시간이다. 나는 오늘 5시에 일어나서 글 한 시간 쓰고, 아파트 안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40분 운동했다. 남편이 집에 있는 날은 아침 운동으로 헬스장 갈 수 있는 날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면서 나는 오늘 평소와 다른 일을 병행했다.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휴대폰 녹음기를 켜고 녹음하기 시작했다. 책 쓰기 과제를 러닝머신 위에서 빠른 속도로 걸으면서 말로 해보기 시작했다. 숨이 찼다. 글이 아닌 말로 하니 어색했지만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피터 드러커 작가도 말로 한 것을 글로 쓰셨다고 하니 이 행위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면서 책 쓰기 주제와 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쥐어짜고 있다. 언제나 새롭게 탄생한 글이 훨씬 더 낫다. 한 작가의 이전 책 보다 다음 책이 실력 향상이 된 것처럼 생각도 똑같다. 생각해서 쓴 글을 수정한 후에 다시 읽어보면 훨씬 더 나은 이유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책 쓰기 방향은 제출 일어날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일 것이 틀림없다. 언제나 제대로 된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일 테니까.


어제 월요일은 출근길에 여유 있게 걸으면서 생각을 했으니 오늘은 <일당백-일생동안 당신이 읽어야 할 백 권의 책> 플라톤 대화편을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70세, 플라톤은 80세까지 살았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존경했고, 아리스토텔리스는 플라톤의 수제자였다. 플라톤은 철학이 제기한 모든 질문을 내놓았고, 아리스토텔라스는 모든 질문에 답했다. 자기 나라 아테네가 멸망해 가는 모습을 지켜본 플라톤은 평생 고민했다.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고 사형을 당하자 플라톤은 12년간 지중해 일대를 다니며 유랑 생활을 했다.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서 첫 번째로 한 일이 세계 최초의 조직적 교육기관인 아카데미아를 만들었다. 수학, 철학, 기하학. 조직적으로 학문을 가르쳤다. 기하학을 가장 중요시하면서. 플라톤은 아카데미아를 만들어 가르치면서 책을 썼다. 주인공은 소크라테스였다. 플라톤은 80세에 죽었다. 죽고 난 뒤 10년 뒤에 아테네는 멸망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를 통일했다. 한 편의 유튜브를 듣고 나서 든 생각은 비록 소크라테스는 죽었지만 제자 플라톤이 그의 철학을 이어갔다. 플라톤도 80세에 죽었다. 그가 평생 동안 아테네를 놓고 고민했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아테네는 멸망했다. 하지만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철학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어갔다. 한 사람의 운명이 다하고, 그의 생이 끝났다고 해서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업적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에서 사라지고 나서 더 알려진 사람도 더 많지 않은가.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빈이가 사춘기일까? 공부 빼고 행복해하는 아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라스가 열띤 토론하는 사진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나는 예비와 함께 이런 깊은 대화를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린 요즘 자주 다툰다. 공부는 삶에 꼭 필요한 것일까? 나에게 묻는다. 예빈이와 함께 맞춰가는 이 시간들이 훗날 뒤돌아봤을 때 추억으로 남아 있길 바라며 내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다시 노력한다.



남편은 저녁 출근하고 아이들 저녁 먹이고 설거지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양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자녀가 공고치료 중인 어머니와 소통하고 지내는데 연락이 오셨다. 유전자 검사와 미세잔존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서울로 전원 가는 것에 대해서 나는 나의 의견을 말씀해 드렸다. 아마 그 어머니는 지금 숲 속에서 길을 잃으셨을 것이 틀림없다. 백혈병 진단받은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더 힘든 상황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얼마나 잘 되려고 어린 나이에 이렇게 시련을 주시는지 하늘에 물어본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는 그 아이는 그 누구보다는 잘 살 꺼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좋은 것, 힘든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선택할 수 없다. 그냥 일어난다. 행복한 일은 잘 받아들이는데 힘든 일은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예설이가 백혈병 진단받고 지인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은 "미옥이 너는 잘 견뎌낼 줄 알았는데, 남편이 잘 버티셨을지 걱정 많이 했어."였다. 이 뜻은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지인들에게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구나! 나는 힘든 일이 생겨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기로 하니 마음이 편하다. 나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소중한 것은 늦게 꽃핀다.

예설이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예빈이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오늘 통화한 그 아이의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미옥이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남편의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꽃도 늦게 피는 중이다.

늦다는 것에 마음 두지 말자.

제 속도대로 가고 있으니 마음을 평온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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