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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7. 2023

하기 싫은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 사이에서 오늘의 선택

오늘 제가 근무하는 지구대에서 서장님이 오셨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에게 물으셨다. "황경위는 어른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안 떠오른다고 하니 이렇게 정의해 주셨다.


"어른이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공감되었습니다. 다른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서장님이 가시고 나면 종이에 하기 싫은 리스트를 적어보라고 하셨다. 하기 싫은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점점 내공이 쌓일 거라고 하셨다. 서장님은 가셨고 지구대에서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 팀장님 두 분과 같이 점심식사하면서도 하기 싫은 것들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퇴근하기 전까지 우린 하기 싫은 일이 생겼을 때 "하기 싫으니까 먼저 하셔야죠~^^" 라며 웃기도 했다. 집에 와서 정말로 종이에 한 번 적어봤다. 먼저 적은 것 중에서 세 가지는 이것이었다.



청소


요리


운동



나는 청소를 즐기지 않지만 의무감으로 그냥 한다. 지인 중에 예나 엄마는 수시로 치우는 성격의 소유자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자주 치우고 집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신다. 나는 한꺼번에 몰아서 치운다. 내 삶에 우선순위가 청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예설이가 아프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었고, 하기 싫어도 하려고 노력하고 애쓴다. 완전유지치료에 들어오면서 예설이 화장실 청소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던 차에 하기 싫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더 찔린 하루였다. 요리는 항상 어머니가 잘하셨기 때문에 이사 오기 전에는 어머니는 늘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셨기 때문에 요리한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이사 오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어머니께서 오시게 되면서 요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하려고 노력 중이다. 운동도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헬스장에 간다. 하지정맥류가 있어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고, 허리디스크 때문에 코어 운동을 해야만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나면 이로운 것들이 많이 생긴다.



하기 싫은 것들만 하는 삶은 어떨까? 책임감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런 삶이 행복할까?



오늘 남편은 쉬는 날이라서 예설이와 함께 영도에 있는 해양사 박물관에 다녀왔다. 예설이는 엄마 출근길에, 언니 학교 가는 길에도 아빠랑 놀러 간다는 사실에 아주 들떠 있었다. 아빠와 딸은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가서 도착한 해양사 박물관에서 가오리, 상어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구경하고, 밥 먹을 때 옆에서 편식하는 오빠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는 예설 이를 보면서 남편과 그 오빠의 어머니는 한참을 웃으셨다고 한다. 물고기 체험도 하고, 아빠랑 우유도 마시면서 바다 구경도 잘했다. 남편은 평소 일하면서 퇴근하고 와서도 예빈이 예설이 와 몸으로 놀아주고, 와이프 설거지 하기 싫어하는 날에도 도맡아준다. 본인도 하기 싫은 일이었을 텐데 배려해 주어 늘 고맙다. 평소에는 가정을 챙기느라 늘 바쁘지만 예설이 와 시간 보내고 함께 놀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이다.



오늘 족발 파티를 저녁에 가족들과 했다. 예빈이는 초등학교에서 전교생 리딩게이트 참여하고 있다. 하루에 영어 동화책 e-book으로 현재 3권을 읽고 있다. KB레벨(97권) -> KC레벨(140권)을 마치고 오늘 1A 레벨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예빈이와 나는 와우~! 라며 소리쳤다. 여름방학 한 달 동안 <똑똑한 부엉이> 업체에서 ORT 1단계 60권 대여해서 30권씩 함께 읽었다. 겨울방학 때 2단계로 넘어갈 생각이다. 예빈이는 영어학습할 때 짜증을 잘 낸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것이 이유고, 하기 싫어하는 것도 있다. 남편과 정말 수십 번 외국어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예빈이가 4살 때부터 영어에 노출시키면서 시작했는데 포기하기는 아까웠지만 아이가 진짜 싫어한다면 억지로 시킬 이유도 없었다. 진지한 대화를 수 차례 나눈 끝에 영어, 중국어는 계속하기로 했고, 책 읽는 권수는 3권으로 낮추었다. 예빈이가 영어 원서책 읽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기 싫은 일을 이어가는 힘에 대해서 깨닫는다. 내공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뚝심 있게 앞으로 나아갈 때만 원하는 결과물을 안겨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다.


나는 글을 쓸 때 무엇을 쓸지를 종이 위에서 구상한다. 구상할 때 메모한 지는 오늘이 11일째다. 이은대 작가님 스토리텔링 특강에서부터 듣고 시작했으니까. 대신 글을 쓸 때는 음악과 함께 신나게 손을 움직인다. 음악은 글쓰기를 할 때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다. 나는 조용할 때보다 음악이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좋아하는 글쓰기를 일상에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의 하루 설계가 나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저녁 8시가 되면 피곤함이 몰려온다. 체력을 늘리려면 운동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는데 노력 중이다.



나의 하루는 글부터 쓴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선택한다. 기분 좋은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준비를 하고, 집 주변을 정리하는 것처럼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것들을 하면서 하루를 이어간다. 그리고 저녁에 새롭게 추가한 것이 있다. 지금 쓰는 글처럼 하루에 있었던 일상적인 일을 가지고 글을 쓴다. 저녁에.



오늘도 나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 속에서 하루를 이어갔다. 중요한 것은 오늘 많이 웃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지구대에서 일하면서 마음이 조급했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서 만족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나는 아직 아이다. 우리 집에 어른은 남편뿐^^* 나는 내일도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고, 하기 싫은 일을 두 번째로 할 꺼라며 관점을 달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 여러분은 하기 싫은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어느 것의 비중이 더 크셨는지 궁금해집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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