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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6. 2023

방황이란 새로운 삶을 위한 출발점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요?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다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저는 예라고 말할 거예요. 어떻게 아냐고요? 다름 아닌 제가 그랬거든요. ^^


카톡 대문사진에 일자를 표시해 두었습니다. <작가 +10>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치료일기 말고 글을 쓴 지 10일째 되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마음먹으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마음을 먹었을까요?



오늘 육아시간을 아침에 써서 예설이랑 같이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패드로 넷플릭스 보여주던 게 습관이 되어서 예설이는 밥 먹을 때마다 텔레비전 앞에서 보려고 했습니다. 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천천히 준비해 가야 하는데 아무런 질서가 없는 집안 생활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예설이는 수차례 울었습니다. 밥 먹을 때, 놀 때 티브이 보는 행동과 결별 중입니다. 습관이 생기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튼 티브이가 없으니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예설이에게 물었어요.



'예설아,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화가 나면 어떻게 할 거야?'



덱사메타손 약을 먹는 5일 동안 감정기복도 심해서 늘 화가 나면 소리치는 예설이가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물어본 거지요. 그랬더니 뜻밖에 말을 합니다.



"엄마, 설이는 화나면 진정할 거야."



그게 무슨 말이 간 해서 물었어요. 진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손을 가만히 내려놓은 채로 눈을 감았어요. 그게 바로 진정하는 거라고 했어요. 제가 또 물었지요. 그런데 화나면 명상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 합니다. 화날 때는 명상 말고 진정해야 한다고 해요. 명상하는 방법을 물으니 손을 기도하듯이 모아야 한데요. 5살 어린아이지만 자기만의 삶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예설이는 어떻게 그런 주관이 생겼던 것일까요.


예설이 와 함께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웃으면서 놀고 출근해서도 직원들과 장난도 치고, 주말에 뭐 했는지도 물어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도련님의 기분을 업시켜주기 위해 농담도 하면서 지난주(?)와는 조금 다르게 새롭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저만의 방황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버텨냈기 때문에 다시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도련님처럼 그리고 예설이네처럼 지금 힘든 시기를 버티고 계신 분들은 언젠가는 희망차게 웃음꽃이 피는 그날이 반드시 올 거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날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고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요^^ 새로운 시작의 짝지는 방황이라는 것을 우린 아니까요^^



즐.겁.게. 삽.시.다.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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