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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16. 2023

화가 날 때 기분 전환하는 법

내 안에 화가 많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화는 짜증으로 잘 이어진다. 예설이가 아프면서 화는 걱정으로 많이 변신했다. 내 안에 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잠시 쉬고 계셨을 뿐이다.


오늘 예설이 발레 가는 날이다. 비가 많이 내렸다. 운전해서 부암동까지 출발해서 가는데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예설이에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가야 하냐고 물으니 꼭 가야 한단다. 부산글로벌빌리지는 주차장은 있지만 만차로 들어가지 못한다. 잠시 앞에 차를 세우고 예빈이가 내리고 예설 이를 안아서 내렸다. 걸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옷이 다 젖었다. 예빈이는 우산을 펼쳐서 한 손으로 예설이 손을 잡고 더딘 걸음으로 언덕길을 올라갔다. 나는 주변 사설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다음 신호가 녹색으로 바뀔 때까지 대기했다. 차른 주차하고 걸었다. 비가 와서 슬리퍼를 신었는데 물이 들어가면서 걷는데 벗겨지면서 발이 움직였다. 예빈이가 예설 이를 잘 챙겼겠지만 혹시나 엄마를 찾을까 봐 신발이 이쪽저쪽으로 미끄러지면서도 빠른 발걸음으로 걸었다. 예설이는 예빈이가 발레슈즈를 신겨주어 수업에 참여 중이었다. 예빈이와 함께 대기하는 의자에 앉았는데 바로 옆에서 엄마 둘이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처음 보는 엄마들인데 커피 어디서 사셨는지 바로 묻는 나. 잠시까지 옷이 다 젖고 하루 발레 쉬고 싶었던 마음이 가득했던 나였는데 처음 보는 엄마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발레수업이 끝나고 기분 좋음 스위치를 켠 채로 예빈이와 예설이 와 함께 왔던 길을 똑같이 되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예빈이는 오늘 우리 집에서 소미와 함께 파자마 파티할 계획이었다. 늘 삶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 않던가! 예빈이가 갑자기 아침부터 기침하더니 목이 아프다고 했다. 결국 다음 주로 파자마 파티를 미루기로 했다. 기대가 컸던 예빈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울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며 계속 눈물을 훌쩍였다. 어떻게 하면 기분이 나아지냐고 물으니 모르겠단다. 얼마 후에 인형에 낙서하는 예설이 모습을 보더니 예설이가 낙서한 인형이 초라한 자기 같다며 피식 웃는 게 아닌가. 예설이가 발레 친구들에게 줄 마이쭈 하나를 예빈이 언니 기분 풀라고 줬는데 기분인 조금 더 나아졌다고 했다. 예빈이는 화가 날 때 울거나 인형에 화풀이를 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진다고 했다. 여전히 덜 회복된 기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푼다고 했다. 그림 그리기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늘은 예설이 덕분에 빨리 풀렸다며 동생에게 고마워했다.



남편은 O형이다. 잘 삐지지 않지만 한 번 삐지면 오래가는 유형이다. 화가 났을 때 옆에서 자꾸 말 거는 내가 싫단다. 그런데 딸들에게 화가 났을 때 나는 이렇게 물었다.



여보~


"예설이가 있는 게 나아? 없는 게 나아?"


"예빈이가 있는 게 나아? 없는 게 나아?"



생각하더니 있는 게 낫다고 답한다. 그러고는 기분이 조금 회복된 게 보였다. 화가 날 때 내가 이렇게 물어줄 때 잠시 생각하면서 기분이 풀릴 때가 많았다고 했다. 엄마의 질문을 본 예설이는 자신의 장난기 발동으로 아빠가 화가 났을 때 똑같이 묻는다.



"아~~ 빠, 예설이가 있는 게 나아? 없는 게 나아?"



아빠는 있는 게 낫다며 웃고 만다.



예설이는 화가 나면 소리를 빽 지르고 울기 시작한다. 안방으로 쿵쿵쿵 발소리를 크게 내면서 달려가서는 문을 잠그고 운다. 매번 항상 똑같은 행동을 한다. 예설 이를 풀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안아주고 달래주기. 예설이는 금세 풀린다.



화가 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질문했던 것처럼 자기에게 질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상대방이 있는 것이 나은지 묻는다면 분명 있는 게 낫다고 답할 것이다. 그 상황을 잠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열린 질문은 도움이 된다. 예빈이의 방법처럼 실컷 울어버리고 채울 공간이 생기면 자신이 좋아하는 행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빈이는 참고로 오늘 하루종일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티브이보고, 놀았다. 화가 완전히 풀렸다고 하신다. 미옥이는 화가 날 때 화내는 나를 인식해 본다. 화내는 내 모습을 내가 느낄 때 화에서 조금 떨어져서 나를 볼 수 있다. 잘 안 될 때도 많다. 화를 다 내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인식할 때도 더러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잘 안 되더라도 다시 연습한다. 화를 안 내려고 줄이는 것보다 화나는 순간을 캐치하는 것이 더 나았다. 법륜스님 유튜브에서 수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화가 날 때 하루를 넘기지 말고 자신만의 방법 하나를 선택해서 기분전환하자. 화는 내 안에 두어서 좋은 것은 없을 테니까. 화야, 이제 그만 찾아와 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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