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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15. 2023

별이 빛나는 밤에

예설이는 다섯 살입니다.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작년 8월에 퇴소했습니다. 엄마는 주간근무, 아빠는 교대부서 있어서 낮에는 주로 아빠와 생활하고, 엄마 아빠가 둘 다 없는 날은 할머니와 함께 보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백혈병 협회에서 언어치료 수업이 있습니다. 두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우신 진경혜 작가님의 책을 모두 작년쯤 구매했는데 그중에서 <미술활동>에 대한 책을 일부 읽고 예설이 와 함께 실천해 봤습니다. 책에서 본 것을 일상에 적용해 보고 우리 가족에게 맞게 바꿔나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어제 반 고흐 작품 중에 <별이 빛나는 밤에>를 프린트해서 냉장고 옆에 붙여두고 출근했습니다. 예설이 와 어제 마트 가면서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같이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는데 예설이가 퇴근하기도 전에 아빠랑 있을 때 이미 그렸더라고요. 예설이가 그린 그림을 보니 어린아이가 그렸지만 포인트를 잘 살린 것을 보고 신기했답니다. 일상에서 그림 그리고 스케치하는 것은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미술관에 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 작품으로 시작했고, 예설이 와 내일은 고흐 할아버지의 다른 작품들도 구경해 보기로 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면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 된다고 진경혜 작가님이 그러셨어요. 예설이가 그린 그림이 쌓이면 집 한편에 진열해 두고 칭찬하기 꼭 해주려고요.



2020년 6월에 유전자 적성검사를 한 적 이 있습니다. 다중지능 검사였어요. 예설이는 다중능력 중에서 특수가 4가지나 나왔어요. 공간능력, 구상능력, 관찰능력, 대인관계능력. 그중에서 미술이 가장 높았어요. 검사결과를 알고 있기에 참고해서 일상에서 미술 관련된 활동을 늘려보려고 합니다. 어린이집에는 가지 않지만 사회롤 돌아가는 연습을 위해 엄마 아빠는 노력 중입니다.



집중치료기간 동안 치료가 힘들 때마다 텔레비전에 노출시킨 시간이 많아서 티브이시청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화를 표출하는 방법도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좋아지고 있고요. 불규칙적인 생활리듬으로 사회성도 걱정이 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백혈병 협회와 발레수업을 시작하면서 규율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아빠와 4일에 한 번씩 데이트를 합니다. 박물관도 가고, 키즈카페도 갑니다. 엄마와는 퇴근하고 마트도 같이 가고, 산책도 가고, 책도 같이 봅니다. 할머니와는 놀이터도 가고 같이 레고놀이도 하고 꼭꼭 숨어라 숨바꼭질도 같이 합니다.



2주에 한 번씩 양산부산대 외래 있습니다. 오늘 아빠랑 다녀왔습니다. 2주 전에 17.4킬로였는데 오늘은 18.2입니다. 너무 "진라면" 드신 듯.... 덱사 기간이 아닐 때는 자제부탁드린다고 말했는데 몇 번 어기셨더라고요. 목초음파 결과 알려주셨는데 혈전(피떡) 아직 보이지만 예전보다 크기가 작아졌고, 3개월마다 추적관찰하자고 하셨어요. 항암중일 때는 예방접종 안 해야 한다고 임교수님껫 말씀하셔서 예설이 빼고 나머지 가족들만 접종하려고 합니다.



예설이네도 별이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예설 이를 눈으로 볼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고 꼭 안을 수 있어 행복한 날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예설이 치료일기 #388일


#완전유지 #2장 #7주 차 #1일


#양부대 #외래


#반고흐 #별이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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