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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n 13. 2024

우리집에 올 수 있어 행복해

난 오늘 뭐했지?


저녁이 되면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바인더에 시간을 기록하지 않을 때는 그냥 잤다. 하지만 할일을 정하고, 내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할 수록 자기전에 내 모습을 한 번 우리돌아본다. 그런데 이 작업이 사실은 귀찮다. 그냥 자고 싶은 날도 있고, 정말로 예설이 재우다가 나도 잠든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하루를 잠시라도 돌아보면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나에게 소중한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보냈는지 돌아보는 시간은 나에게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자고자 했던 시간이 넘었다. 어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저녁에 쓰지 못하고 잤기에 오늘은 늦은 시간이지만 자리에 앉아 이렇게 잠시라도 쓴다.


나는 하루 종일 살림을 사는 느낌이 든다. 집에서는 가족들 아침 챙기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출근해서는 지구대 순찰팀원들 챙기는 일로 하루가 시작된다. 퇴근하면 다시 가족 저녁 식사를 챙긴다. 하루종일 디모드 일과를 보내고 나면 나 도대체 오늘 뭐했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예설이가 열이 이틀이 나서 오늘 먹어야 하는 항암약 두 가지가 있는데 양부대 외래에 데려갈 사람이 없었다. 남편은 무도에 참석해야하고, 나는 팀장님이 무도 가셔서 지구대에 내가 남아 있어야했다. 어머님께 부탁하려니 오늘 임플란트 하러 가시는 날이다. 잠시 정신을 집중해서 생각해봤다. 어떻게 피검사를 할 수 있을까?


혜주 언니에게 전화했는데 바쁜지 전화 받지 않았다. 하율이 엄마에게 전화하니 아이들 아직 등원 전이라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 해님 소아과에 일단 전화해서 피검사가 되는지 물었다. 된다고 하신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먹고 있는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갑자기 소변이 줄었다. 너무 놀래서 병원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콩팥 기능이 나빠졋을 수도 있으니 빨리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하자고 하신다. 예설이 병원도 가야하고, 예빈이 이빈후과도 가야하는 상황에 사무실에 나혼자 있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없이 대장님께 말씀드리고, 11시에 1시간 잠시 외출을 해서 후딱 병원에 다녀왔다. 점심은 포기할 마음으로 갔는데 약간의 시간이 있어 죽 한그릇 먹고 바로 사무실로 복귀했다.

오늘 따라 사무실에 민원인이 많이 찾아오셨다. 내 일을 할틈이 없이 민원처리하다보니 시간이 흘러갔다. 예설이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다. 해님소아과에서 피검사를 하는데 어마나 어쩌나. 성인이 입원할 때 수액 맞는 긴 바늘을 사용하셨다. 양부대 바늘은 작고 쇠가 아니었는데,,,, 예설이는 케모포트 연결할 때 우는 만큼 엄청 많이 울었다. 나는 피검사 후에 예설이를 안아주고 눈물 뚝 할 때까지 달래주었다. 예설아 용기내 주어 고마워.



다행히 백혈구 수치도 괜찮았고, 호중구도 1.4라고 하셨다.

그래도 수치 확인하고 항암약 먹는게 제일 안전하니 힘들어도 오늘 참 다녀와서 뿌듯했다.


예설이 피검사 한 후에 집앞에서 수학학원 다녀온 예빈이를 태워서 이번에는 이빈후과를 다녀왔다. 예빈이가 갑자기 미열이 있어 진통 소염제를 처방해주셨다. 호흡기 치료하고 오늘 치료 끝!!!


드.디.어 .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저녁부터 챙겨야했다.

예설이가 매일 공복약을 10시에 먹어서 저녁 8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그렇기에 저녁은 6시에 먹어야 하는데 집에 도차하니 5시 30분이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현미밥부터 했다. 두 딸 밥 먹이고, 집 치우다가 예설이가 쇼파에서 잠들려고 해서 안고 화장실로 데려가 샤워시켰다. 다 씻고 나오니 남편이 퇴근하고 왔다. 이부자리 청소를 남편이 해주고, 나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거실을 내가 치우니, 남편이 거실 바닥을 쓸어주었다. 내가 손빨래를 할 동안 남편은 내가 예설이 빨래 돌린 옷을 정리해주었다. 내가 설거지할 때 남편은 옷 정리 마무리중이었다. 내가 씻을 동안 남편은 신문을 보더니 내가 나오니 헬스장에 운동갔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저녁 11시다!!!

내일 경기도에서 손님이 오신다. 예설이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멀리서 오시는 삼촌!!! 삼촌을 위해 나와 남편은 집 청소를 했다. 아이들은 삼촌을 위해 편지를 썼다^^


어서 예설이 곁에서 코 자야겠다.

우리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있어 행복하다.

순간 순간 행복감을 느꼈던 하루.

대만족이다.

나는 순간 순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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