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티나북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캅 황미옥 Jun 24. 2024

자기돌봄 -타라 브랙

누구보다 사랑하고 싶은 나를 위한 자기치유법.

타라 브랙의 <자기 돌봄>을 읽었다. 타라 브랙은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대표적인 불교 명상가이다. 40년 넘게 위빠사나(마음챙김) 명상을 위주로 수행하고 가르쳐왔다. 저자는 서양의 심리학과 동양의 불교명상을 결합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으로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주고 있다.


<자기 돌봄>은 불안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멈춤 -  살펴보기(관찰)- 보듬기(인식)- 껴안기의 네단계를 제안한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멈추고 그 순간에 갈등하는 자신을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진짜 ‘나’와 대면하면 용서와 사랑의 마음이 일어나고 마침내 타인과 세상을 껴안기에 이른다. 외부가 아닌 나의 ‘본성’을 깨달음으로서 지속적인 행복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타라 브랙은 스피릿록 명상센터, 오메가 인스티튜트, 크리팔루 등 미국 전역의 집중수행 센터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더불어 불교의 사회적 의미를 살리는 다양한 불교 평화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1. 완벽을 향한 우리의 생각은 끝이 없다.


타라 브랙은 언제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힌두교 수행자 마을 아슈람에서 12년 동안 수행할 때 긴장하고 성급하고 경쟁적인 성향을 가진 수행자였다. 수행은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서 2시간 반 명상하고 찬물로 샤워한 뒤에 2시간 반 염불과 요가 명상이 이어졌다. 타라 브랙은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으로 남들보다 1시간 일찍 2시 30분에 일어나서 수행을 시작했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6년~7년동안 열심히 이어졌다.


타라 브랙은 명망 있는 스승을 찾아가 물었다.

이제 제가 뭘 더하면 될까요?


“그냥 편히 쉬어라!‘


”편히 쉬는 것을 수행으로 삼았다.“


편히 쉬는 것에 도사가 될 지경이었다.

타라 브랙은 수행을 시작할 때 강박적인 자신의 성향을 버리지 못했던 어리석은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옥생각>


나는 올해 나와 이름이 같으신 박미옥 선배님이 퇴직하고 지내시는 곳에 다녀왔다. 선배님의 지인분들은 뭔가 특별히 배우거나 이야기를 하려고 오셨다고 생각하셨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퇴직하고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했다. 형사 일을 오랫동안 해오신 선배님은 그 업계의 전문가셨다. 20대, 30대까지 나는 전문가, 프로패셔널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거 같다. 일에 있어서도 한분야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몇년 전 112상황실에서 근무할 때,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고 했다. 112 접수 받는 일은 내가 아니라도 다른 동료가 와도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에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고민했다.


“나는 대체할 수 없는 누군가가 되어야할까?”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내 주변에 대체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는지. 이은대 작가님이 하시는 일을 누군가 대체할수 있을까? 아직 없는거 같다. 우리 남편이 하는 일을 누군가 대체할 수 있을까? 있을꺼 같다. 내가 하는 일? 데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최고가 되어야할까?

아니면 그냥 편히 쉬어야 할까?


오늘 아침에 평소에 하는 10분 명상을 20분으로 늘려서해봤다. 예설이가 아프기 전에 법륜 스님의 명상을 따라하면서 아침 30분까지 명상을 했었던 때가 있었다. 명상을 하고 나면 좋은 것은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 기분 때문에 매일 명상을 하게 된다.


나도 저자인 타라 브랙처럼 성공에 대한, 잘하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지며 살았다. 늘 더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30대 중반에 그 인정 욕구를 내려놓자고 마음을 먹었고, 처음으로 내 의지로 그 부서에서 내발로 나왔다. 그 뒤로 지구대 순찰팀에서 근무하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세운 목표대로 움직였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 책쓰기였다.


나는 경찰 안에서 인정받고 싶어했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일은 경찰 안에도, 밖에도 있지 않았다. 멈추니까 비로서 보인다. 완벽하지 않지만 나는 쓰는 일을 잘한다. 말은 뱉으면 끝나지만 글은 계속 수정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고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마음에 드는 날도 오지 않을까. 경찰일을 하면서도, 경찰일을 퇴직해서도 나는 계속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급한 마음이 없다. 예전에는 뭔가 할 일이 있는데 해내지 못하면 속상했다. 그로 인해 짜증도 올라왔다. 지금도 여전히 짜증도 내고 살지만 급한 마음은 덜해졌다. 경찰제복을 입으면서 프로패셔널이 되려는 강박이 사라졌다. 그저 내가 소속한 곳에서 내 몫을 다할 뿐이다. 조금씩 노력한다. 거창한 사람이 되려하기 보다. 매일 금강경을 들으면서 노래도 한곡 부르면서 말이다. 타라 브랙이 말하는 강박적인 수행을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꺼 같다.


2. 생각을 떠오르게 두지 말고 생각하는 기술을 배워라


부처는 생각이 마음의 화신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것은 마음을 지배하고, 그로 인해 행동이 일어나며 어떤 경험이 만들어진다.


생각의 물줄기를 건강한 쪽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 시스템을 변화시켜야한다.


(1) 자신의 생각을 자각하는 것

건강한 생각이면 따르고 건강하지 못한 생각이면 밀어낸다.

내 생각의 질이 어떤지 인식한 다음 생각과 생각 사이 공간을 두는 느낌으로 잠시 멈춘다. 멈춤의 공간에 선택의 자유를 준다.

(2) ‘지금 여기’ 라는 닻 내리기

명상 장면을 닻으로 삼아 내 생각 내려놓기

(3) 자신의 신념과 믿음에 대한 진지한 탐구


<미옥 생각>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우리 큰딸 예빈이는 청각형, 작은딸 예설이는 시각형이다. 나는 사고형이다. 뭔가 일이 생기면 우리는 각자 다르게 반응한다. 성향이 모두 다르다보니 스타일도 다르다. 나는 늘 생각이 많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트와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 떠오를 때만 적어야 한다. 아니면 그 많은 생각을 머릿속에 두면 불편하다. 글을 쓰기 전에 글감이 잘 떠오르는 이유도 내가 사고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꼭 그런 글은 설거지할 때, 화장실에 있을 때 잘 떠올랐다. 번거롭지만 고무장갑을 벗어야 하고, 물기 있는 손을 수건에 닦아야 펜을 잡고 수첩에 기록할 수 있다.


내 생각을 자각하는 것. 그게 가능할까?

한 번 해봤다.


”예빈이 성조숙증 진단 받았다. 내일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매달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나는 앞으로 예빈이 건강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챙기고 알아야 할까?“


”남편이 성조숙증 관려해서 보내준 영상을 두 편 시청했다.

두부에 든 식물성 성분이 청소년기에 좋지 않다고 했다.

밀가루, 과자와 같은 인스턴트 식품이 성조숙증에 가장 해롭다.“


나는 이 두 생각을 따라야 할까?

둘 다 건강한 생각이라 따라야 할꺼같다.


그런데 내 생각을 자각하는 것은 쉬운 건 아닌거 같다.


3.   내려놓기 수련


불교수행자들이 아비담마(불교심리철학)을 공부하고,

빨리어, 산스크라티어를 배우고, 마하상기카(대중부 불교)와 반야바라밀 닦아 소승, 대승, 금강승계를 받으면서 공부하는 것과


지금 여기에 “내려놓음”


중에서 중요한 것은 내려놓는 것이다.


<미옥 생각>


공부하고 성장하는 것과 내려놓는 것중에서 나는 늘 성장을 택했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내 모습이 좋았다. 전립선암 진단받은 선배님께 책과 편지 그리고 노트가 담긴 쇼핑백을 전해드렸다. 사모님께 나는 편지를 썼다. 선배님의 치료를 도우실 사모님께 용기를 내서 편지에 내 마음을 담았다. 마흔이 되면서부터 성장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에 마음이 더 간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누군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과는 대화하면 뭔가 잘 통할꺼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봤다. 바닥을 찍어봤다. 한 번이 아닌 여러번. 그래서인지 올라가는 것보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이다.


*책을 읽고 난 뒤의 소감*


이 책 끝부분에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가 죽음 뒤에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친절한 눈빛, 부드러운 순길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내 마음가짐과 내 흔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자주 멈추고 싶다. 멈춰서 내 꼴을 정확하게 보고 싶고, 인지하고 싶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친절하고 싶다. 잠도 충분히 자고, 할 일도 하면서 나의 삶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걸어가고 싶다. 나를 돌보면서 살자.


#자기돌봄 #타라브랙




매거진의 이전글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