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 20일차 글감 (3.25 / 수)
[글감]
“묵묵히 자기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을 본 적은 언제인가?”
[칭찬 실습]
“00야! 조용히 자기 자리 지키는 모습, 정말 존경스러워.”
모두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들 투성이다. 성실함을 빼면 시체인 사람들이 널려있는 주변에 나만 허방한 것 같고 나만 대충대충 사는 것 같다. 풍문으로 들은 한량은 큰언니의 시아버지 한 사람 정도.
그중에서 특히 ‘잘’ 해내는 사람을 꼽기가 쉽지 않다. ‘잘’의 기준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럼 ‘묵묵히’에 집중해 보자. 이런, 모두가 묵묵하다. 잘하든 못하든 떠벌리는 사람도 없다. 풍문으로 들은 떠벌이는 나보다 두 살 어린 동료 해림 씨 정도.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묵묵히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매력 있는 사람,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며 방랑을 즐기면서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가능한 걸까. 내 주변 모두가 지나치게 성실한 것은 자기의 자리가 존재이자 생존이기 때문이 아닐까. 묵묵함과 성실함만이 가진 무기의 전부라서는 아닐까.
삐딱한 질문 몇 개를 꺼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 때문에 세상이 멀쩡히 똑바로 서 있는 거라고, 뒤죽박죽 지랄 같은 세상 속에서도 묵묵하고 성실한 보통의 사람들이 너의 주변에 있어서 니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거라고 자꾸만 교훈을 끄집어내려 한다.
교훈적인 글은 재미가 없다. 뻔한 글을 재미가 없다. 자꾸만 삐딱해지고 싶은 따뜻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