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
★ 4일 차 글감 (8.5 / 화)
글감 : 가장 최근에 ‘내 마음이 지쳤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늘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칩니다.
몸이 지치면 마음이 따라옵니다.
출근하던 어떤 날 아침 나름 힘을 내 한발 한 발 내디뎌 도착했습니다.
가슴에 땀 방울이 쪼르륵 흘러내려 기분은 좋았습니다.
땀을 흘리면 노폐물이 배출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동료분 말씀이
“왜 그렇게 기운 없이 걸어?”
퇴근길은 더 길고 멀었습니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보폭을 멀리하려 노력했습니다.
잠시뿐이었습니다.
머리는 멍해지고 저 멀리서 두통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귀가 후 저녁밥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임박하면 더욱 지칩니다.
손도 까닥하고 싶지 않습니다.
5명이던 가족이 어느 순간 두 명이 되었고
나는 부엌을 닫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끌어올리려고 매일 궁리를 해 봅니다.
하지만 추락한 후 일 년 반이 넘도록 올라오지 않는 마음이 바로
‘밥 하기’입니다.
시무룩해지는 남편의 얼굴을 봅니다.
외면합니다.
나는 재주도 없고 흥미도 없고 마음도 기운도 없습니다.
오늘 아침 남편이 두부찌개를 끓였습니다.
내 지친 마음을 위로하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고 시원해진 날씨에
다시 몸에 기운이 솟는 걸 보니
마음이 지친 것은 더운 날씨 탓이구나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