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0월 6일 차]

삼촌

by 공감녀


★ 6일차 글감 (10.10 / 금)


글감 : 기억 속 첫 명절


어린 시절 처음 경험한 추석의 풍경,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나를 연결하기.


삼촌



되돌아보니 고작 20대의 젊은 청년이었네요. 우리 삼촌이.


어릴 적 명절의 설렘과 풍성함은 온통 삼촌이었습니다.


삼촌이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올라오면 온몸에 기쁨이 차올라 튀어나갔습니다.


두 손에 들린 종합선물세트에 가득한 갖가지 과자며


헤질 만큼 보고 또 보던 잡지 보물섬.


너무 소중해 잠자리에서도 놓을 수 없었던 인형들.


평소 가질 수도, 구경할 수도 없는 것들을 채워주던 삼촌이었습니다.


뒤늦게 결혼해 지금은 중학생 아들이 있는 가장이지만


한번 삼촌은 영원한 삼촌입니다.


작은아버지라는 말은 어울리지도 불러지지도 않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삼촌은 생선이며 고기 밑반찬까지 한 보따리 장을 봐 와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이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습니다.


아파도 몸으로 일해야 하는 고단한 노동자입니다.


아버지 같은 형. 엄마 같은 형수. 자식 같은 조카들.


멀리서도 꼭 찾아와야만 하는 고향이 바로 우리 집입니다.


막히는 귀성길이라도 편하고 좋은 차를 운전해 온다면 좋을 텐데,


삼촌네 가족은 울산에서 강원도까지 기차를 타야 합니다.


역까지 마중을 나가 한 시간을 더 이동해야 집에 도착합니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조카들은 이제 삼촌이 안쓰럽습니다.


내 식구, 내 부모, 내 자식 챙기느라 바쁩니다.


삼촌은 한치 걸러 두 치.


뭐든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이 더 빨리 잊는 법입니다.


삼촌이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 차례상 앞에 함께 서는 유일한 친척.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더 소중히 해야겠다고 마음에 지그시 눌러 담은 생각입니다.


명절이 있어 일 년에 두 번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관계.


그 끈은 기억의 가장 먼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더듬어 안습니다.


받은걸 자꾸 기억해 내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너무 쉽게 잊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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