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1월 3일 차]

무섬증

by 공감녀


★ 3일차 글감 (11.4/ 화)


[글감]


평범한 하루 중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고 느낀 찰나를 기록해보세요.


무섬증


요 며칠 출퇴근길에 새로운 개들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길가에 늘 묶여있던 커다란 누렁이가 사라진 후 갑자기 나타난 하얀 개와 급작스레 맞닥뜨렸습니다. 움찔 놀란 나와는 달리 흰둥이는 덩치에 어울리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목줄도 없이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따라오던 고개가 금세 새침하게 돌아가 버립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큰 개가 목줄도 없이 돌아다닌다고 공포와 흥분으로 난리난리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집이 있을법한데 덩치도 큰 개가 사 차선 도로 주변을 겁도 없이 돌아다닙니다.

사실 겁은 저 같은 사람이 더 많았던 겁니다. 먼저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짖는 법을 모르는 녀석처럼 그다지 호기심도, 흥미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녕? 뭐 해? 잘 있어! 혼자만의 소리를 중얼거리며 지나쳤는데 오늘 또 만났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알아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마주쳤는데 이 녀석 시치미를 뚝 떼고 고개를 좌우로 돌립니다. 인사하는 목소리를 분명 듣고도 모른 척합니다. 그래도 귀는 나를 향해 쫑긋하고 있는 것을 보니 우습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시간과 용기가 좀 더 있었다면 먼저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나는 녀석을 ‘흰둥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흰둥아 고맙다. 덕분에 내 속에 있는 무섬증이 조금 가셔진 것 같아. 그래서 더 천천히 오래 상대를 선입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어. 누렁이가 사라지고 나서 풀지 못했던 연민의 감정이 다시 꿈틀대는 것 같아. 우리, 가끔 만나서 안부나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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