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1월 4일 차]

감사한 '사람'

by 공감녀


★ 4일차 글감 (11.5/ 수)


[글감]

물, 공기, 햇살처럼 ‘없으면 알게 되는 감사’에 대해 써보세요.



감사한 '사람'


집에 들어서서 여느 때처럼 소파에 퍼질러 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집안일이라는 게 할라치면 끝도 없을 텐데 손도 까딱하기 실었습니다.


저녁밥도, 책 읽기도, 달리기도 도무지 마음이 일지 않았습니다.


대신 무얼 하며 신나게 시간을 보낼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이 들었고,


평소 하지 않던 놀이는 없을까 머리도 굴려보고,


좋아하지만 자주 먹지 못했던 음식을 배달시켜 볼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한참을 핸드폰을 붙잡고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남은 찬밥과 반찬을 처리하는 마음으로 대충 식사를 때웠습니다.


책 한 줄 읽히지 않았고 텔레비전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아직은 큰 추위가 아니라며 난로에 불도 넣지 않았습니다.


세탁이 끝난 빨래는 세탁기 속에 그대로 있습니다.




밤 열 시가 가까워서 남편이 왔습니다.


저녁밥을 할 필요도 없었고, 핸드폰에 붙잡혀 있는 한심한 모습을 들킬 필요도 없고,


청소며 빨래 같은 집안일을 바지런히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대신 허무하게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얼마나 의지 없는 사람인지가 드러나고, 긴장감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엉망이 될지 상상하니 내 생각보다 훨씬 감사한 사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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