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11월 5일 차]

흙 침대

by 공감녀


★ 5일차 글감 (11.6 / 목)


[글감]

내 방, 내 책상, 내 공간 속 ‘감사의 물건’ 하나를 골라 이야기해보세요.




흙 침대



잠들기 전에 미리 전원을 켜고 이불을 펴놓습니다.


졸음이 무릎 위로 툭 떨어질 때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가 이불속에 파묻히면 따뜻함이 뱃속까지 어루만집니다.


좁은 어머니 방에 놓으려고 침대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매트만 방에 들였습니다.


한 뼘 높이의 흙침대 매트의 온열기 전원을 누르면 따뜻했고 폭신했습니다.


걸터앉았다 일어나면 맨 바닥보다는 조금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안방으로 옮긴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들일 때는 크고 낯설어 마땅찮아하셨지만 수년간 어머님이 낮이고 밤이고 누워계시며 추운 날도 견디셨고 외로움도 견디게 했습니다.


두툼하게 이부자리 펴 놓고 손자 손 꼭 잡고 주무시던 시절에는 더없이 좋았습니다.


점점 기력을 잃어가며 쇠약해지시고 총기가 사라지는 동안 매트 위에는 깔개가 자꾸 늘어갔습니다.


돌아가신 후 매트를 정리할 때 깔개와 요만 세 겹이 있었습니다.


온도를 아주 높여야 요를 뚫고 온기가 올라오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요 덮개를 새로 씌워 드린 적은 있었지만 어머니 방은 점점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고 두려운 곳이 되어갔습니다.


어머니는 매트와 한 몸이 되어 더욱더 오래 누워계셨습니다.


돌아가신 후 크고 칙칙하던 자개장과 침대 매트가 치워지고 대신 흰색 벽지와 블라인드 흰색 서랍장을 들여 딸아이의 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어머니의 흔적은 지워지지도 지울 수도 없습니다.


서서히 잊혀는 가겠죠.


나빴던 것이 제일 앞서 지워지고 오래되고 먼 것, 좋았던 것들은 점점 더 예쁜 옷을 입고 선명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닥쳐오니 따뜻하고 편하고 딱 맘에 드는 흙침대 매트에 또 행복해집니다.


어머니 계실 때 자주 살피지 못했습니다.


요를 걷어 털어내 드리지도 못했고 눈치만 살피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매트 위 따뜻한 온기 속에 어머님의 용서와 사랑과 좋았던 삶의 향기도 함께 배어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니라면 그리 따뜻할 리가 없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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