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됐다.
★ 9일차 글감 (12.10 / 수)
[글감] 올해 ‘하지 않아서’ 오히려 잘 된 일은 무엇인가요?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엌에서 무얼 해 먹으며 살았는지 까마득했다.
다섯 명의 끼니를 하다가 넷으로 셋으로 둘로 줄어들면서 나의 의욕도 사그라들었다.
힘을 내 보려 버둥댄 시간도 있었지만 많이 놓아버렸다.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았다.
밖에서 사 먹기도 하고 간편식을 사다 편하게 조리하기도 했다.
엄마가 주신 밑반찬이 일주일 내내 오르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먹거리도 가벼워졌다.
먹는 양도 줄었고 식욕과 입맛도 서서히 변했다.
다행히 남편은 잘 버텨주었다.
나에게 조금씩 맞추어갔다.
급기야 이틀 전에는 마트에 다니러 간 사이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해 놓았다.
이십 년도 전 신혼 때 몇 번을 빼곤 처음이다.
놀라웠다.
잘 됐다.
억지로 하지 않아서 오히려 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