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글방 3월 13일차]

단 묶기

by 공감녀

★ 13일차 글감 (3.17 / 화)

[글감]


“부모님에게 배운 것 중 지금 와서 감사한 한 가지는 무엇인가?”


[칭찬 실습]


“엄마(아빠)!! 그때는 몰랐지만, 그 가르침 덕분에 지금 내가 버티고 있어. 고마워.”



단 묶기


완벽하게 몸에 익힌 건 아닙니다. 어설프기도 하고 자꾸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감사한 배움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45년 농사지으시는 동안 기계의 도움이 많아졌지만 전통적인 방식이 훨씬 오래였고 몸과 손발을 쓰는 일이 ‘농사’ 그 자체였습니다. 그 노하우 중 하나인 ‘단 묶기’가 정말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볏단을 묶고, 콩단, 팥단은 기본이고 비닐이나 포대, 차광막 등을 돌돌 말 때, 그 외 모든 묶음에 사용하는 묶음법입니다. 콩단 묶는 날은 종일 배워서 열심히 시도해 보는데 다음 해가 되면 또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그 방법이 신묘한 것은 쉽고 간단해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리도 단순하고 아무리 봐도 쉬운데 손에 익지 않으면 단단하게 묶이지 않습니다.

농사일에는 그런 것이 많습니다. 오랜 경험으로 쌓아 올린 간단하면서도 단단해지는 것들 말입니다. 잘 묶는다는 것은 잘 풀린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모든 묶음은 풀기를 전재하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를 생각지 않고 현재만 보고 매듭짓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도 기교도 없어 보이는 그 단 묶는 방식이 긴 시간을 거치며 단순화되고 또 강해지는 모습이 농사일과 닮아 보입니다.


풀 한 포기 뽑기, 고추 하나 따내는 한 동작 한 동작은 어린아이들도 할 만큼 쉬워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농사는 그 쉬운 것 하나에도 나름의 방식이 있어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오래 해야만 알 수 있고, 진심과 정성을 다 해야만 비밀을 열어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건 아마 숨과 몸이라는 ‘생명’을 주고받는 데서 일단 시작합니다. 인내심과 기다림 같은 긴 시간과 공간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키워낸 찐한 동지에게만 꺼내놓는 비기가 아닐까 합니다.


농사일 외에 손으로 묶음 지을 일은 별로 없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필요할 때 멋지게 탁! 엄마 아빠에게 배운 묶음 솜씨를 뽐내게 된다면 아마 어깨가 으쓱해지겠지요. 더 단단해지기 위해, 더 많은 시간 배우기 위해 묶을 거리를 찾아 친정집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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