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가 한국 경제에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민간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과 장기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급증한 부채가 소비를 억누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한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4년보다 13.8%포인트 증가해 조사 대상 77개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중은 1.3%포인트 감소해, 부채 증가와 함께 소비가 줄어든 유일한 국가로 기록됐습니다.
중국조차도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소비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과도하게 누적된 가계신용은 매년 민간 소비 증가율을 0.40~0.44%포인트씩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가계부채가 2012년 수준으로 유지됐다면, 현재보다 민간 소비가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약 100조원에 달하는 민간 소비 손실을 의미하며, 그만큼 내수 활력도 함께 잃은 셈입니다.
주된 원인은 늘어난 원리금 상환 부담과 더불어, 대출이 실질 소비보다는 자산 거래에 집중된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됩니다.
대출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에서 부동산 상승이 체감적인 '부의 증가'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한국에서 고작 0.02%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수치(0.03~0.23%)보다 낮습니다.
이는 부동산 유동화 상품 부족, 자산을 '소비'보다 '재투자'로 인식하는 문화, 비수도권 지역 주택 실질가치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도입하고, 금리 인상 리스크를 사전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둔화 속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낳을 수 있어, 재정 정책의 보완적 기여가 요구됩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장기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