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 마지막에는 '온 가족이 모였을 때, 영국 여왕 죽음에 대한 애도를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캐나다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를 지나 자국 자치령이 창설된 이후에도 영국의 영향을 크고 작게 받고 있다.
대표적 예로 모든 이민자들은 캐나다 시민권 취득 시 영국 여왕 및 왕실과 왕위 계승자들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해야만 한다.
캐나다 총리는 9월 19일을 여왕 서거에 대한 애도의 날로 제정, 공휴일 선포를 했다.
(안타깝게도 임시 연방 공휴일로 제정되어, 연방 관공서 등만 쉬었다, 나는 다름없이 출근했다.)
없던 공휴일을 만들고,
기념식에 군대가 행진하고,
대학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회사는 한 달이 지난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라며 단체 이메일을 보낸다.
마치 캐나다라는 나라가 모든 국민들에게
여왕이 떠나셨다, 그대들은 슬퍼하라! 고 외치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여왕의 죽음을 애통하는 이들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아니,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별 관심 없다는 게 더 알맞은 표현 같다. 일단 나부터 이 땅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지만 여왕님의 죽음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인류 공동체로서 한 인간이 생을 마감한다는 것에 대해 연민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여느 누구의 죽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니...
이렇듯 강요인 듯 강요 아닌 강요 같은 애도의 물결을 보고 있자니 한참 전에 유행했던 밈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