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추수감사절
Happy Thanksgiving Day!
10여 년 전, 캐나다에 온 첫 해에 맞이했던 추수감사절.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했던 저녁 식사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침부터 칠면조를 구워 저녁에 내놓으면 모두가 기다란 식탁에 정답게 모였던 그 기억.
내 생에 첫 추수감사절은 모두가 배불리 먹고도 남았던 칠면조 구이, 크랜베리 소스, 으깬 감자 요리와 펌킨 파이 등 풍성한 음식들의 색감과 냄새에 대한 기억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모든 게 처음이던 나를 따뜻하고 상냥하게 대해 주었던 그 가족들과 함께 보낸 그날 저녁 이후로
그토록 풍성한 추수감사절 식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지금 그들의 이름은 잊었지만, 매년 추수감사절이 찾아오면 기억나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 해의 수확을 거둬들이며 감사드리는 오늘.
모든 이들이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떠나갔고
나는 텅 빈 거리의 문 닫힌 상점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전히 이방인의 삶
외롭고 어리숙한 걸음걸이
긴 불안과 짧은 안도의 낮과 밤
사랑하는 모국어
내 감사는 수확물의 무게를 잰 뒤 드리는 감사가 아닐 것이다
곡간에 든든한 자물쇠를 채운 뒤 드리는 감사가 아닐 것이다
세상의 계산법으로는 드릴 수 없는 감사
감사할 수 없을 때 터져 나올 감사
나를 살게 하신 창조주의 절대 은혜에 대한 감사
삶이 이어지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감사
모든 이들의 오늘 저녁 식탁에는 웃음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