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가 앤 라모트가 한 말이다.
"Lighthouses don’t go running all over an island
looking for boats to save;
they just stand there shining."
의역을 하면 이렇다.
"등대는 배를 구하려고 바다를 헤매지 않는다.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빛을 비출 뿐이다."
등대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배들에게 묵묵히 길을 비춰 준다.
아무 말 없이 서 있지만,
그 빛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된다.
아주 먼바다에서도 등대의 불빛을 발견하는 순간,
선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쉰다.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지쳐 있던 몸에 다시 힘이 돌아오고
절망은 천천히 희망으로 바뀐다.
등대는 결코 움직이지 않고,
길을 잃은 배를 찾아 바다를 헤매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서서,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한 빛을 보낼 뿐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
멀리, 더 멀리 닿도록 빛을 비추는 것.
이것이 바로 등대 본연의 역할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등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언제나 곁에서 앞서 가지도,
뒤에서 재촉하지도 않는 아빠.
다만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돌아볼 수 있는 불빛 하나로 남고 싶다.
아이들은 자라서 결국 아빠의 품을 떠나게 될 것이다.
끝도 보이지 않고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바다로,
각자의 항로를 따라 나아갈 것이다.
그 바다에는 잔잔한 날도 있겠지만,
예고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과 거친 파도의 날도 분명히 있을 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거센 파도에 쓰러진 선원이 등대를 바라보며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나를 떠올리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그런 등대 같은 존재를 찾았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다.
부모님조차도 내게는 희망이 되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다짐한다.
아무에게서 받지 못했던 그 빛을,
나는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내 방식대로 빛을 내겠다.
화려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불빛으로 남겠다.
등대가 멀리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말없이 신호를 보내듯,
아빠라는 자리도 그런 것이라 믿는다.
아이들이 어린이집 문 앞에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서도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던 그 순간처럼,
아빠가 아직 그 자리에 있는지,
변함없이 서 있는지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발걸음을 옮기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으려 한다.
아이들의 삶이 고단해지고 마음이 어두워질 때,
아빠의 빛을 보고 잠시 머물러 몸과 마음을 추스른 뒤
다시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등대 같은 아빠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