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근할 때 늘 셔츠를 입고 다닌다.
여름과 겨울 계절에 관계없다.
사회 첫 초년생 때부터 항상 이렇게 입고 다녔다.
매일 셔츠를 입다 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개를 가지고 번갈아 입는다.
아내는 주중이나 혹은 주말 휴일에 세탁기를 돌려
내 셔츠를 빨래한다.
하지만, 가끔씩 아침에 입고 갈 셔츠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아내가 셔츠를 빨지 않았을 경우다.
안 그래도 바쁜 출근 시간에 갑자기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갑자기 짜증이 불쑥 올라와 아내를 쏘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이번 월요일에 발생하였다.
셔츠를 입으려고 옷걸이를 살폈는데,
옷걸이에 있어야 할 셔츠들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어, 뭐지? 건조기에서 안 뺐나?'
서둘러 베란다 세탁실로 갔다.
그리고 세탁실에 있던 빨래통에서 지난주 입었던
셔츠들이 모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순간 당황했다.
건조기에라도 있었으면 빼서 입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빨래통에 담겨 있던 것을 꺼내서 입을 수가 없는 노릇이니까.
타야 할 버스 시간은 다가오고 있어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옷장으로 가서 목티를 꺼냈다.
'오늘은 이거라도 입고 가야겠다.'
서둘러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갔다.
옷 찾느라 몇 분의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버스 시간에 딱 맞추어서 도착하였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번 등 돌린 사람은 두 번 세 번도 하고,
한번 빌려 간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은,
두 번 세 번 빌려 가도 갚지 않는다.
나도 이런 말들을 거의 믿는 편이다.
하지만, 변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다.
예전 같으면,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서,
'셔츠가 없는데, 어디 있냐?
빨래는 왜 안 했냐?
뭐 입고 가냐?'라고
아침부터 한바탕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빨래가 안 되어 있는 것을 보자마자,
입고 갈 만한 다른 옷을 바로 찾으려고 했고,
출근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방학이다 보니,
아이들 챙기느라 시간이 없었나 보네.
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생각을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하니,
짜증도, 화도 나지 않았다.
사람은 어느 순간, 조용히 변한다.
나도 내가 인지하고 못했을 뿐이지,
그동안 조용히 변해 왔던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처럼 깨닫거나,
혹은 독서를 하거나 글쓰기를 통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제 웬만한 일에는 거의 화를 내지 않는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서서히 변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변해 갈 것이다.
책과 글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