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 없는 소중한 하루

by 부의엔돌핀


목요일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상시처럼 알람 소리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 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거실이 평소보다 너무 추웠다.

순간,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실에 있는 보일러 조절기 쪽으로 눈을 돌렸다.

늘 나오던 불빛이 없다.


'아, 뭐지 고장이 난 건가?

씻어야 하는데......'


콘센트 문제일 수도 있어서 베란다로 나갔다.

보일러 본체의 전원을 다른 콘센트에 연결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거실로 들어와 보일러 조절기에 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했는데,

여전히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베란다로 가서 가스 밸브 상태도 보고 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큰 냄비에 물을 데워서 머리라도 감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거실로 들어오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늘 베란다에 함께 있던 세탁기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세탁기 전원 버튼을 눌러 봤다.


어! 전원이 안 들어 온다.

그리고 옆에 있던 건조기 전원도 눌렀다.

이것도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이거 전기 차단기가 내려갔나 보다!'


갑자기 마음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느껴졌다.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라면,

차단기를 다시 올리면 되는 일이니까.


거실 주방의 벽에 있는 분전반(두꺼비집)을 열었다.

역시나, 여러 개의 차단기 중에 한 녀석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지! 찾았다.'


그 차단기를 다시 올렸다.

그리고 보일러 조절기를 보니 불빛이 들어왔다.


보일러 조절기 온도를 다시 세팅하니,

'웅'하고 돌아가는 보일러 소리가 고요한 새벽잠을 깨우는 듯했다.


내 평온한 마음을 다시 되찾아 주었다.




예전에는 좋은 일, 기쁜 일이 생기길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기쁘고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괜찮다.

나쁜 일만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무탈한 하루.


무사히만 지나가는 하루가 이제는 더욱 소중해졌다.


출장을 가더라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귀국하기만을 바란다.

여행을 가더라도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만 바란다.


아이들 아프지 않고,

부모님 건강하시면 됐다.


이 엄동설한에 보일러 고장 나지 않고 잘 돌아가면,

이 자체만으로 좋다.


무탈한 하루가 이제는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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