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튕기냐?"
이게 무슨 말인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거다.
내가 요즘에 많이 튕긴다.
연애 드라마처럼 멋진 이성과의 만남을 튕기는 것은 아니고,
불필요한 약속과 사전 계획에 없던 일정들에는 웬만하면 튕긴다.
나는 MBTI에서 J다.
미리 짜인 계획과 내가 예상한 일정대로 움직여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이제는 급하게 만나자고 하는 것이나,
나에게 미리 통보 없이 계획된 일정은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다.
내가 꼭 있어야 할 자리였다면,
사전에 일정을 확인했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없어도 될 자리였기 때문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자리는
굳이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퇴근 시간 다 되어서
술 한잔하자는 연락에도 모두 참석했었다.
야근을 하게 되면, 늦게라도 참석을 했다.
J인 내가 이런 자리에 늘 참석했으니,
몰라도 너무 몰랐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전에 계획되거나 약속된 것이 아니면,
바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유는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속을 미리 해 놓았다면,
나는 해야 할 일들을 미리 마무리해 놓거나,
아니면 일정 부분은 다음 날로 넘길 것이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일정이 갑자기 생겨 버리면,
틀어져 버린 계획으로 인해 마음이 좋지 않게 된다.
그런 것들 하루 이틀 정도 빼먹으면 안 되나?
물론 그 정도 빼먹어도 된다.
하루 이틀 정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인생이 무너지지는 않으니까.
단지,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소중한 몇 시간을 그냥 흘려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 사람들의 수준이 낮다거나 비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하고는 결이 맞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끼리는 서로 결이 맞다.
그래서 그런 시간이 즐겁고 유쾌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만남에 그들만큼 흥미가 없을 뿐이다.
나는 이런 시간을 아껴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때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책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이 말이 참 맞는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책이 나의 내면까지 선명하게 보여 준다.
지금껏 수십 년을 다른 사람들 만나느라 정신이 팔려,
소중한 나 자신과의 만남을 외면해 왔다.
앞으로는 자주 나를 만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이 튕기며 살겠다.
누가 뭐라 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