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가끔씩 보는 중년의 남자분이 있다.
이분도 나처럼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린다.
하루는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이 분 뒤에서 걷게 되었다.
뒤따라가면서 이 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O 자 다리(내반슬)가 심하신 분이셨다.
걸을 때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에,
넘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이 남성분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나도 다리가 휘어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일 때,
담임 선생님께서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고치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처음 알았다.
제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만 유독 팔자걸음을 걷고 있었다.
원인이 바로,
양쪽 무릎이 붙지 않고 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유도 잘 몰랐다.
그리고 그냥 잊어버리고 어른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살다가 어느 날 알게 되었다.
휘어진 다리가 생기는 원인.
선천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나는 후천적으로 O자형 다리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 등에 업고 키우셨다고 한다.
생계를 꾸리셔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울어 대니
옛날 포대기로 등에 업고 키우셨단다.
옛날 방식으로 등에 업게 되면
아이의 다리가 양쪽으로 크게 벌어지게 된다.
오랜 기간 이런 자세가 누적되면,
아직 미숙한 뼈가 벌어진 상태로 굳어진다.
그렇게 나는 휘어진 다리를 갖게 되었다.
늦은 나이였지만,
이런 다리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넷이나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병원에서 치료받는 방법도 나왔고,
집에서 짧은 시간만 들이고,
꾸준하게 해 볼 수 있는 자세 교정도 있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비용이 들어가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집에서 다리 자세를 교정하는 것으로 마음먹고,
영상에서 알려 주는 대로 꾸준하게 실천해 보았다.
자세 교정을 시도한 후로는
일상생활에서 걸을 때도
의식적으로 다리를 모아서 걸었다.
이렇게 한 1년 넘게 지속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다리가 상당히 좋아졌다.
그리고 걸음걸이도 많이 고쳐졌다.
지금은 뒤뚱뒤뚱 걷지도 팔자걸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미 뼈가 굳을 대로 굳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좋아진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휘어진 다리.
어머니가 등에 업고 키우는 바람에
다리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동안은 원망도 했었다.
다리가 휘지 않고 곧게 일자로 뻗었다면,
키도 지금 보다 한 2 ~ 3cm 정도는 더 컸을 테니까.
그리고 일자로 곧게 뻗은 다리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휘어진 다리를 볼 때면,
원망은 사라졌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만 차오른다.
엄마 품이 그립고 졸릴 때면
울면서 보챘던 어린 아들이 안쓰러워
그 힘든 집안일을 하시면서도 당신의 등에서 재우셨던 어머님.
허리가 얼마나 아프셨을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려 온다.
언젠가는 어머니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시고 안 계시더라도,
늘 휘어진 다리를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려야겠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린 천사가 울고 보챈다고,
등에 업고 재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허리 아프신 건 이승에서 다 하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