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실종 사건

by 부의엔돌핀

지난 월요일 밤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니 밤 9시경이 되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아직 안 오셨다고 하셨다.


전화를 해 보시라고 하였더니,

전화기도 안 가져가셨단다.


최근에는 이렇게 늦은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어머니께서는 은근히 걱정이 되셨나 보다.


아버지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종종 청계천 쪽에 나가서 장기를 두고 오신다.


겨울에는 날이 추우니 못하셨는데,

이제는 날이 풀렸으니,

장기를 두러 가셨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조금 있다가 오시겠죠."라는 말로 안심을 시켜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전화 통화를 듣고 있던 아이들이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는지 물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안 들어오셨데?"

"엉. 어디서 장기 두시는 것 같은데, 오시겠지."


방에 들어가 책을 읽고 있는데 졸음이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안 되겠다 자야겠다 하고 잠을 청하려는데,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또 왔다.


"아버지 아직도 안 오셨다."

"아 그래요? 오늘은 너무 늦네요."

"안 되겠다. 파출소에 가서 실종 신고를 해야겠다."


곧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10시가 넘어서도 오지 않으신다니

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도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둘째 아이는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고,

첫째 아이는 계속 할아버지 언제 오냐고 물었다.


여름에는 밤 11시가 넘어서 들어오신 적도 있었기 때문에,

오실 거라는 믿음도 없지는 않았다.


아내한테는 연락 오면 나를 깨우라고 하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걱정보다 별일 없을 거라는 믿음이 더 컸다.




다음 날 출근 시간에 맞춰서 일어났다.

새벽이라 집안은 평소처럼 고요했다.


'나를 안 깨운 것을 보니, 별일 없었나 보네.'


예상이 맞았다.


출근하여 어머니께 전화드렸더니,


"네 아버지, 11시 30분에 오셨어.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를 해야지~."


어머니는 화가 단단히 나셨다.


아버지는 전화기가 있었어도 아마 전화를 안 하셨을 거다.

옛날 분이라 원래 전화를 거의 안 하시니까.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지만,

한편으로는 고령의 나이에 밖에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화기를 놓고 나가면 위치 추적도 안 되는데,

어디 위치 추적기라도 하나 달아 드려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든다.


아버지한테, 어디 나가실 때 꼭 핸드폰 가지고 다니시라고

신신당부 좀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공부 잘하는 약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