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해외 바이어와 아침 8시 화상 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회의 주제는 현지 허가 진행 관련 미팅이었다.
그래서 본사의 RA 팀 팀장에게 미리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화상 회의는 내가 있는 서울 사무소에서 하기로 하고,
아침 8시에 회의를 시작하니,
15분 정도라도 일찍 와 달라고 요청했다.
회의 전에 미리 예상되는 질문과 답변을
간추려 보기 위해서였다.
한국 시간 아침 8시면, 그쪽은 밤 8시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그쪽은 조금 늦은 시간이다.
이런 회의가 그리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시간을 맞혔다.
영업소가 본사에서 따로 분리되어 나온 지 한 4달 정도 된다.
하지만 RA 팀장은 아직 여기 사무실에 와 본 적이 없다.
본사에 경영지원부 있으니, 주소를 알아보고 오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사무실 건물에는 3개 동이 있다.
특이하게 3개 동의 주소가 미세하게 차이가 있어서,
단순히 건물명만 검색해서 오면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특히 처음 오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주소로 와서 주차를 하지 않으면,
지하에서 길을 잃기 십상인 구조다.
나는 그날 7시 40분에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O동애 주차를 했는데, 몇 동 몇 호로 가야 되나요?"
한 3초간 잠시 멍했다.
"O동 OOOO 호로 빨리 와요."
라고 전화를 끊고 기다렸습니다.
역시나, 사무실까지 도착하는데,
10분이 넘게 걸렸다.
서로 논의할 시간은 없었지만,
다행히 회의 시간에는 늦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생각을 했었을 거다.
'당연히 미리 주소를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 상대방 기분이 아니라,
내 기분만 나빠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이런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럴 수도 있지 뭐.'로 바뀌고 있다.
개그맨 유세윤 씨의 SNS에도 같은 글이 있다.
이 말이 참 신기한 효능이 있다.
이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편해진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나를 밀어도,
'복잡한데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한다.
똑같은 것을 다시 물어보는 직원이 있으면,
'까먹을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모두 각자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