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만난 여인들

숲길을 걷다 쓰다

by 시린

“그 폰 좀 주세요.”


“네????”


“지금 너무 예뻐요. 찍어 드릴게요.”


산책 중에 폰 사진을 찍다 갑자기 네 명의 탐방객에게 둘러싸였다. 한 명은 내 폰을 가져가고 한 명은 자기 폰을 건네며 좀전과 똑같이 서 보라 하고, 다른 이는 당신은 이렇게 서고 너는 여기서 저렇게 찍어라 지휘하고, 마지막 사람은 예쁘다, 좋다 하며 이 모습을 찍었다.


영문을 모르고 어정쩡해진 저 뒷통수를 보라. 켜지도 않은 폰을 들고 뭘 하는 건가. 손바닥 안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남정네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 흥건한 땀 때문에 손에 가죽물이 들 지경이었으나, 시키는 대로 해야 빨리 이 순간과 저 여인들이 지나갈 것 같아 고분고분 따르는 걸 택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씨가 목덜미를 톡톡 때렸다.


찍어줬으니 찍어줘야 인지상정. 들고 있던 폰으로 꽃배경 단체샷을 찍어줬다. 한 마디씩 와글와글 하는 말이, 보는 것만큼 예쁘지 않단다.


“꽃은 너무 예쁜데. 근데 이거 무슨 꽃이야?”


“옷 색깔 때문인가? 저런 걸 무슨 색이라고 하던데~~아무튼 여기랑 진짜 잘 어울리잖아. 저런 옷을 입고 와야 되는구나!”


“키가 커서 그럴 수도 있고. 확실히 기럭지가 길어야~~이거 봐, 우리 스머프 같이 나온 거. 어?! 나 선글라스 안 끼고 찍었네!”


“이그, 그런다고 뭐 달라져? 어?! 그러고 보니 너 스머프에 나오는 고양이 닮았다, 야! 걔 이름이 뭐더라?”


“우리집 애들 이름도 맨날 헷갈린다, 야. 와~~저 나무 진짜 예쁘네. 이 숲 너무 좋다! 근데 여기가 어디라고?”


인사할 틈도 없이 여인들은 멀어졌다. 사진 몇 장과 뻘쭘한 뒷통수를 남긴 채 총총. 꽃나무는 아그배고, 생각나지 않았던 색 이름은 터키블루이며, 가가멜의 고양이는 아즈라엘. 우리는 한라생태숲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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