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이 사진을 전시하다니

전시장에서 쓰다

by 시린

옆집 민이네는 큰 다라이가 있었다. 여름 일요일. 아침 먹고 성당에 다녀오면 욕조에서 반신욕하듯 다라이에 앉아 발장구를 치고 있는 민이를 보곤 했다. 그렇게 부러웠다. 같이 물장난을 하기도 했지만 다라이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민이뿐. 둘이 앉으면 다리를 펼 수 없으니 물장구를 칠 수 없다. 나도 들어가 보자고 말도 한번 못 꺼내 봤다. 함께 머리를 담그고 하는 잠수놀이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 사진은 집으로 돌아왔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한다. 전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찍은 다른 사진을 걸었다. 아이는 없고 다라이엔 빗물이 가득하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다라이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걸 보고 좀 놀라는 중이다. 일행이 있으면 꼭 한 마디 한다. 요즘 애들은 이런 거 본 적 있을까, 따위 말들이다. 그들에게는 다라이의 기억이 있는 거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을까 궁금한 거다.


아무나 찍을 수 있는 사진. 나도 찍을 수 있는 사진. 전시하는 사진들이 그렇고, 내가 찍는 사진이 거의 그렇다. 아무렇지 않고 평범한 기억.


그런 사진을 굳이 보일 필요가 있을까?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사진은 미미한 일부일 뿐이다. 다라이 앞에서 멈춘 걸음. 거기에 답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