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사인회에 다녀와서 쓰다
2.
2020년 로드 판타지. 책과 사진을 들고 서점을 순례하리라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스무 장의 사진과 글로 책을 만들었다. 스무 개의 서점에 한 점씩의 사진을 걸고 독자와의 만남을 하자, 한 달에 두 번씩만 해도 십 개월 걸리니 일 년이 금방 갈테지, 뭐 그런.
사인회라는 건 연예인이나, 연예인급의 스타작가나 하는 거고. 독자로서 북토크는 곧잘 가지만 내가 토크를 하는 건 부담스럽고. 혼잣말은 지겹고 독자와의 만남은 해보고 싶고. 근데 북토크라는 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어디서 누가 주최하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데 가서 장소 좀 씁시다, 하면 되나요?
그런 질문을 안고 서점을 돌기 시작했다. 진짜로 장소섭외를 했다는 건 아니다. 책을 몇 권 냈으니 입고 의뢰도 하고 싶었고, 실제로 몇 권쯤 팔기도(?) 했다. 하나 진짜 목적은 서점 주인을 만나는 거였다. 서점을 좋아하고 언젠가는 책방을 해보리라고 소망하는 나라서, 동경인 서점 주인과 인사하고 친해져서 이야기도 듣고 싶었던 거다.
제주도에 70개쯤의 책방이 있다. 일주일에 한 군데씩 들러도 일 년하고도 몇 개월 걸린다. 그래도. 온라인 서점에서 주로 책을 사지만 동네책방도 곧잘 가는지라 어려울 건 없다. 좀 멀리 간다는 것만 다를 뿐,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한 마실길이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싶어 왔어요. 사진 찍고 글 쓰는 시린이라고 해요.
어머, 작가세요?
네에- 글 씁니다.
어떤 글이오?
공저 사진집이랑 사진에세이를 냈어요.
와, 사진작가세요?
… 사진가는 아니구요. 사진 찍고 글 쓰고- 마을 기록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럼 전공은 글인가요?
… 전공…은 아니구요.
등단 작가세요?
… …어디에 입상한 적은 없어요, 그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럼 작가회의 소속이세요?
… … 아니오 소속은…
…
…
말과 말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한껏 멀어져, 하지 않게 되었다.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건 오랜 습관이다. 고치고 싶지만 좀처럼 되지 않는. 쌓인 말줄임표의 갯수만큼 사람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점 몇 개 만큼이지만 때론 그 간격이 어찌나 아득한지.
여전히 책방은 가지만, 멀리 있는 동네도 가고 책도 사지만 인사는 잘 하지 않는다. 수줍음의 강도가 매번 같은 건 아니라서, 간격을 뛰어넘어 친해진 사람과 공간도 많다. 한동안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공으로, 독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아 어찌나 편하고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