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유감_그 후

예전에 쓴 글을 찾다가 쓰다

by 시린

요즘 어떤 사진 찍어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요즘 어떤 글 써요? 라는 질문은 거의 받지 않는다.


몹시 자주, 질문은 일시 정지 버튼과 같다. 순간적인 정지 상태-몸도 말도 생각도. 어떤 작업을 하세요? 가장 영향을 받은 작가는 누군가요?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요?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아, 네, 어, 그러니까...


성격이 다소 급하거나 예상해 둔 답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다리지 못하고 변형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요즘 유채꽃이 한창이죠? 지금 동백철이죠? 억새 시즌 아닌가요? 반딧불이로 유명한 데가 있다지요? 설산 찍으러 다녀오셨나요? 야경 찍을 땐 어디로 가세요? 평소의 생각 없음과 게으름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다. 어디가 유명한지 모를뿐더러 무슨 철인 줄도 모른다, 대부분.


변명하겠다. 유행 좇는 거 취미 없다. 유명하다는 책과 영화 일부러 안 본다. 한참 후 인파가 사라지면 본다. 사람 몰리는 데는 질색이다. 오프든 온이든.


게다가 식물과 장소에도 유행이 도는 현상이 도대체 어리둥절한 거다. 언제부터 제주 유월을 대표하는 게 수국이 되었나. 어디어디 수국길의 명성은 또 언제부턴가.


해마다 늘어나고 넓어지는 제주의 수국정원을 보다가 몇 년 전 <수국유감>이라는 글을 썼더랬다.


정원에 수북수북 피어 사람들을 홀리는 수국은 대개 일본수국이다.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참꽃을 버리고 헛꽃만을 아름드리 피운 개량종이다. 제주가 산지인 산수국과 탐라수국은 보기 어려운 것이, 제주 사람들은 수국을 집안에 심는 일이 없었다. ‘도체비고장(도깨비꽃/수국)’은 산길 한쪽에서 은근한 빛을 밝히는 꽃이었다. 열매를 맺는 산수국과 탐라수국은 점점 산에 가야 볼 수 있는 식물이 되어가고, 꽃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은 헛꽃의 정원을 찾아다닌다. 아름다운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만 열심인 제주의 단면을 보는 듯한 유감을 표현한 글이었다.


‘이었다’고 과거형을 쓰는 건 이 글을 찾을 수가 없어서다. 사진과 함께 어딘가에 보관해 두었을 텐데 어딘가가 어딘지 모르겠다. 몇 시간 동안 찾다 포기. 사진도 글도 도깨비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정말이지 유감이다. 꽃은 이제 졌으니 다시 찍으려면 내년을 기다려야겠고, 글은 어떵하코(어떡하지). 그러게 이름을 잘 지으라고 하더라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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