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쓰다
1.
몇 년 전, 특강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에서 사진 에세이 강의를 1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나 뭔가를 예감했던 것 같다. 제가 강의할 자격이 될까요, 라고 되물었으니까. 제안을 했던 이는 손을 펄럭펄럭 저으며 작가님이 무슨 말씀을! 목소리를 한 키 반쯤 올렸다.
강의 계획서를 보내고 강의 준비를 하는데 연락이 왔다. 일단 강사관리스템에 등록을 해야 한단다. 좋지 않은 예감이 더 짙어졌다. 하나 이미 허락한 터라 시키는 대로 플랫폼에 접속해서 개인정보를 등록했다.
며칠 후, 강사관리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는 연구원에서 연락이 왔다. 누락된 정보들 때문에 접수가 안 되었다고 한다.
그가 하는 말들이 빨리 이해가 되지 않아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자 그가 쉬운 말로 바꿨다.
강의 관련 전공 자격을 증빙하셔야 해요.
강사 심사에서 승인을 받으려면 학위나 자격증을 제출하셔야 합니다.
내가 ‘등록’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격심사’를 ‘신청’해서 ‘승인’을 받아야 강사로 등록이 된다고 했다.
사진이나 글을 (대학에서) 전공하셨나요?
아니오.
관련 자격증은 있으신가요?
……
선생님?
(시간강사도 못 되는 사람도 선생님이라고 존칭하는 데에 감탄하다가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 아니, 질문이.)
사진과 글 관련 자격증이란 게 뭡니까?
당황한 웃음이 들려왔다.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규정이 그래서요.
이대로는 승인이 안 됩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전공하신 분야로 강의 주제를 바꾸시는 건?
주최 기관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도서관 담당자를 보는 것도 편치 않아서, ‘양식에 맞게’ 고친 서류를 다시 접수했다. 며칠 후, ㅇ급 강사로 승인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나 강의는 결국 무산되었다. 어렵사리 강사 자격을 ‘얻었으나’ 다른 것이 걸렸다. 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래도 기운이 좋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을 해야 하나?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
들어오는 대로 받아야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그래서 더욱 자격을 심사받는 강사. 이력서 직업난에 써야 할 나의 정체다. 물론 수식어와 동사 다 빼고 강사라는 명사만 쓴다. 떼어낸 수식어를 버리지도 못하고 강의가 끝나면 바로 주워 걸치는 생활.
그때 받기로 한 강의료는 사만 오천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