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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Nov 17. 2022

좋아하는 음악가

쇤베르크 ;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듣다 쓰다

Baratelle in A Minor, WoO 59 ‘Für Elise’ - 베토벤의 피아노 독주를 위한 바가텔 25번 A 단조. 부제 ‘엘리제를 위하여’.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에 오는 길에 ㄴ네 집에 들르곤 했다. ㄴ네 집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그애가 치는 브람스의 자장가와 아드리안느를 위한 발라드를 들었다.


어린 연주자는 듣고 싶은 곡이 있냐고 묻곤 했지만 내가 아는 피아노곡이라곤 젓가락 행진곡밖에 없었다. ㄴ은 젓가락 행진곡과 The Entertainer(영화 ‘스팅’ 테마곡)도 잘 쳤다.


언젠가 집 근처 골목에서 차를 피하며 ㄴ이 얼굴을 구기고 말했다. 사실은 베토벤을 제일 좋아하는데 말이야. 이 좋은 곡을 트럭 빽하는 소리로 쓰다니! 엘리제를 위하여가 얼마나 좋은 곡인데!


어린 연주자는 사람들이 명곡을 무시한다며 투덜댔고 나는 어물어물 맞장구를 쳤다. 엘리제를 위하여와 운명을 만들었다는 것밖에, 베토벤이 누군지 나는 몰랐다. 다른 음악가들은 더 몰랐다. ‘음악가 ㅇㅇ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ㄴ이 무지 멋져 보였다.


그후로 좋아하는 음악가를 만들어 보겠다고 꼴값을 떨어봤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음악의 세계는 넓고 깊어서 누구를 좋아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란 걸 금세 알았다. 그냥 듣는다.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아직도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이나 음악가는 없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만큼 알지 못한다. 지금 듣는 음악이 좋으면 나는 그 음악을 좋아한다. 말러 교향곡을 들을 때는 말러를 좋아하고 슈만의 가곡을 들을 때는 슈만과 가곡을 좋아한다. 지금은 쇤베르크와 글렌 굴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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