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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Nov 21. 2022

섬마을의 생선국

추자도를 걷다 쓰다

쩍국이라 말하고 적국이라 쓴다. 생선에 소금을 뿌려 말린다. 염장과 건조는 얼음이 없던 때부터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써오던 방법이다. 이렇게 말린 고기를 쌀뜬물에 끓인다.


지리의 일종인데 말린 고기로 끓이는 탕인 거다. 물고기는 물기를 완전히 빼지 않고 먹을 살을 남기는데, 말리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반건조한 고기에서는 북어, 황태국보다 훨씬 진한 육수가 우러난다. 오래 끓일수록 진해지니 물고기로 끓인 곰탕이래도 좋다.


섬에서 기른 무 쪽파 배추로 끓인 쩍국. 여기에 매운 고추 한 스푼. 먹고나니 몸이 후끈해져서 겹겹이 입은 겉옷을 다 벗어야 했다. 티 하나만 입고 포구마을을 걸었다.


바다내음 바람내음 공기중의 소금내음. 파도소리 물새소리 먼 데 개소리. 물고기는 공중에서 소금을 머금고 말라간다. 그물째 흔들리다 장대에 부딪치는 소리 찰그랑찰그랑. 낮잠자던 고양이가 눈을 반짝 떴다가 훔냐웅 하품을 하며 뒹굴 돌아눕는다.


가던 길을 잊고 서 한참, 고요가 내는 소리를 듣다 버스시간이 됐다는 전화를 받고 내려왔다. 정류장에서도 언덕 위의 마을과 골목, 그 집이 보였다. 조금 더 커진 바다소리 바람소리. 포구에 묶인 배들이 삐걱삐걱 몸을 부딪는 소리 덜그덕덜그덕. 포구내음 짠내 비린내. 문득 기름냄새, 이내 차소리. 그리고 버스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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