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린 Dec 06. 2022

집안의 불을 켜고

궁금한 집 앞에서 쓰다

궁금한 집이 있다. 안에 누가 살까. 어떤 사물들이 있을까. 잠긴 문이 아니라도 좀처럼 두드리긴 어렵다. 오가다 흘금거리고 지나갈 뿐인, 안이 보이지 않는 집. 지나는 길에 있을 뿐,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집.


집안에 불이 하나둘 켜지는 밤. 환한 속을 내어보이는 집은 낮에 보았던 그 집이 아니다.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며, 못 본 척 흘금거리던 속. 속내를 감추는 사람이나 감춰야 할 사물이 아닌, 따뜻한 안을 가진 집. 바깥 어둠에 숨은 사람이 집안의 따뜻함을 탐한다. 들여다보았으니 이제 안다, 나를 모르는 너를 내가 안다는 헛된 생각이 만족스럽다.


궁금한 사람이 있다. 속에 뭐가 있을까. 어떤 생각들을 할까. 내 속을 보이긴 싫지만 그가 친절한 사람이면 좋겠다. 따뜻한 속을 환하게 열어 나를 초대하길 바란다. 나도 밖에 있는 사람을 보면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눈치만 보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집안의 불을 하나둘 켜보는 오늘이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섬마을의 생선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