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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Feb 16. 2023

새를 주웠다

마실 중에 쓰다

길 한가운데 누워 있었다. 차에 친 것도 고양이에 쫓긴 것도 아닐 거였다. 자는 듯 깃털 끝까지 말짱했다. 문 닫은 가게와 건너편 이층집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벽을 채운 유리문들은 꼭꼭 닫혀 있었다. 투명한 벽을 보지 못하고 부딪쳤을까.


잠깐 기다려 봤지만 바닥에 떨어진 걸 찾거나 부딪치는 소리를 확인하러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할망이 한 분, 하르방이 또 한 분 전동차를 타고 지나갔다. 밟히기 전에 주워 들었다.


몸이 너무 따뜻하고 부드러워 놀랐다. 손가락 끝의 감각을 집중해 봤지만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동박낭 아래 사람 눈이 닿지 않는 데에 뉘었다.


깃털이 햇빛에 반짝였다. 건너편에서 사람이 한 명, 또 한 명 걸어왔다. 잠시 폰을 들여다봤던 척, 나도 다시 걸었다.


동네 한 바퀴 걷고 동박낭 아래로 돌아왔다. 새가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자다 깨어 날아갔을 지도 모른다고. 망설이다 반대편으로 길을 건넜다. 새는 없다고 계속 생각하고 싶었다.


#동박낭, 돔박낭 = 동백나무

#동박생이, 돔박생이 = 동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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