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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Feb 07. 2023

나도 당신이 부럽다

관광지에서 쓰다

‘부럽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에 담긴 시샘도 그렇고, 자기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이 나에게 하는 질타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보니 얼마나 좋을까.”

“제주 사는 니가 부럽다.“


맨날 듣는 말인데 익숙해지지 못하고 자꾸 동문서답을 해 버린다. 어디어디 가봤냐는 물음에는 제대로 대답해본 적이 없다. 나보다 검색을 잘하는 사람들이 왜 여기만 오면 추천해 달라고 난리인가. 맛집이니 핫플레이스는 하나도 모르는데.


게으른 탓이 크다. 며칠 여행하는 입장에선 새벽같이 일어나 해돋이도 보고 등산도 하고 종일 부지런히 다니게 되지만 사는 사람은 그게 안 된다. 코앞에 있는 바다에 발 한번 안 담그고 여름이 가고 한라산에서 눈썰매 한번 못 타보고 겨울이 간다.


감흥의 문제도 있다. 익숙해지면 고마운 줄 모르고 아름다운 것을 봐도 쉬 감동하지 않는다. 멋진 풍경에 감탄하여 순수하게 뱉는 ‘부럽다’는 말이 불편한 건 시들어진 마음을 들킨 탓일 테다. 찔린 것도 찌른 것도 나다.


가끔은 여행자의 마음이 필요하다. 순수하게 보는 눈과 감동할 준비를 차린 마음을 입고 나선다. 지금 아니면 못 봐, 언제 또 오겠어, 남는 건 사진 뿐이야, 낯부끄런 대사도 챙겨 본다. 핫하다는 카페, 포토스폿도 가 본다. 따라해 본다. 나도 당신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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