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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Jan 25. 2023

고드름 걱정

<고드름>을 노래하다 쓰다

“고드름이다!”


말이 소리가 되는 시간이 1.1배쯤 더 걸린 것 같았다. 같은 세 음절이면서 글자 하나만 다른 ‘여드름’, 심지어 모음 하나 다른 ‘거드름’을 말하는 시간보다 10퍼센트쯤 더 걸린 기분이다.


곰곰 생각할 것도 없다. 너무 오랜만인 거다. 마지막으로 고드름을 본 것도 까마득하니 말한 적도 근래에 없다. 고드름은 어느새 입에 배지 않은 말이 돼버렸다. 그 어색함이 0.1배만큼의 시간인 거다.


존재가 사라진 이름은 말할 일도 별로 없다. 요즘은 처마가 아니라 자동차 범퍼에서만 고드름을 볼 수 있다던데.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은 고드름이란 말을 모를 수도 있겠다 싶다. 말은 아는데 노래를 모를 수도 있겠다. 처마에 달린 고드름을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겐 노랫말이 숫제 암호일 것 아닌가.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


말하고보니 걱정스럽다. 아이들 뿐이겠는가. 영창을 다른 의미로 알아듣는 사람이 하나둘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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