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먹으며 쓰다
신기한 날이었다. 아침 일찍 페메를 받았다. 알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가끔 말은 주고받지만 본 적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웹친구였다.
그날(이래봤자 그제) 세 명의 모르는 친구를 만났다. 아침에 한 명, 점심에 한 명, 저녁에 한 명. 한 분과는 얘기만 했지만 둘은 직접 만났다. 한 분에게서는 책을 빌렸다. 여행 온 한 분은 아침에 땄다는 딸기를 한 다라이 갖다주셨다.
딸기를 싣고 돌아오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페북생활의 쓸쓸함(?)을 말하는 글을 며칠 전에 올렸었다. 생각을 정리하고자 주절주절 쓰면서도 뭐하나 싶어 곧 내리려던 참이었다.
한데 댓글이 줄줄 달리는 거 아닌가. 공감횟수가 평소글의 세 배에 달했다. 벙찌고 당황스러웠다. 작은 푸념이라 여겼는데 과한 격려를 받은 느낌이 들어 몹시 부끄러웠다. 글은 내리지도 못했다. 내 미숙함을 증거하며 그대로 있다. (나중에 슬그머니 내릴지도.ㅋ)
인연인가 우연인가. 전날 집에 루쉰 책이 있나 찾아봤던 참이었는데 페친의 책방에서 눈에 딱 들어왔다. 귀한 책을 흔쾌히 빌려주셨다. 마트에서 딸기에 눈길이 갔지만 후덜덜한 가격에 얼른 거뒀었다. 그 책과 딸기가 여기 있다.
만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걸까. 빙빙 돌다가도 결국 만난다는 얘긴가. 다라이를 내밀며 딸기님(죄송^^;)이 “좌충우돌 파이팅입니다!” 라고 했다. 아니 사실 좌충우돌과 파이팅이 한 말 안에 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나한텐 그렇게 들렸다. 앞으로도 열심히 좌충우돌하라고.
어리버리를 격려받다니. 좋아해도 되는 건지 분간이 안 가지만 어쩔 텐가. 이미 받은 걸 물릴 수도 없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있으니 씩씩하게, 가 아니라 그냥 생긴 대로 죽 살기로 했다. 오늘도 열심히 좌충우돌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