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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Mar 11. 2023

꿈의 쓸모

꿈에서 깨어 쓰다

잡생각으로 분주한 건 자면서도 똑같은모양이다. 이 꿈 저 꿈 꾸느라 몹시 분주하다. 아침마다 어디까지가 간밤에 하던 생각이고 어디서부터 꿈인지 몽몽夢夢하다.


유용할 때도 있다. 도대체 생각나지 않던 걸 꿈에서 기억해내는 일이 종종 있다. 대학입학 시험을 치고서 수험표를 잃어버렸었다. 합격발표일이 되었어도 ARS조회를 할 수 없어 난감했는데 그날 밤 수험표를 찾았다. 꿈인 걸 알고 있던 나는 얼른 수험번호를 욌다. 아침에 언니한테 얘기했을 때 쳐다보던 표정이란.


내일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지! 하고 오밤중에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공연티켓을 꽂아뒀던 책 제목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잊고 있던 가사와 멜로디를 듣기도 하고 어릴 때 읽었던 책도 읽는다. 잃어버리고 헤매는 꿈이 훠얼씬 많긴 하지만 가끔 하나라도 찾아낼 때면 뽑기에 성공해 설탕과자를 받은 기분이다.


요자기(요전에) 카메라 렌즈캡을 잃어버렸다. 어느 가방 주머니, 어느 점퍼 주머니에 있으려니 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렌즈캡은 있으면 성가신데 없으면 필요하고 사려니 귀찮고 돈이 아깝다. 아무래도 잃어버렸나 그냥 부를까(살까), 설마 어디 있겠지 좀 더 찾아볼까, 내가 그 가방을 뒤져봤던가, 아! 그 옷 안주머니에 있지 않을까?! 날마다 시소를 탄다. 올라갈 땐 보였는데 내려오면 안 보인다.


그러다 어제. 모처럼 카메라를 양어깨에 메고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데 왼쪽 허벅지에 뭐가 자꾸 닿는다. 회색치마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오 마이 캡! 여기 있었구나! 점퍼 주머니만 뒤지느라 몰랐던 거다. 치마를 오랜만에 입기도 했고.


기쁨에 겨워 번쩍 눈을 뜨는 순간 알았다. 나는 회색치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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