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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Mar 18. 2023

책 말고 다른 얘기만 하는 책 욕심쟁이의 책 얘기

오노레 드 발자크 <미지의 걸작>을 읽다 쓰다

이미 읽은 책이다. 서가에서 훌훌 읽을 수 있는 얇은 책이다. 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사 버렸다. 어느 서점에서도 제일 먼저 눈이 갔다. 그때마다 집어들다가 끝내 있던 데가 아닌 계산대에 내려놓은 날이 있었다.


책 욕심이야 늘 차고 넘치지만 이 책은 각별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이야기라서는 아니다. 나는 이것의 외모가 좋다. 책의 모양새와 만듦새가 맘에 쏙 든다.


녹색을 좋아한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유광보다는 무광이 좋다. 금속이나 아크릴의 매끈함보다 나무와 광목의 거친 질감이 취향이다.


백과사전류의 두껍고 무거운 양장본보다 한 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는 페이퍼백이 좋다. 실제본이 떡제본보다 낫지만 양장커버는 부드럽고 얇은 걸로 하면 좋겠다. 더 가볍고 넘기기도 수월하니까.


책은, 물론, 내용이다. 하나 책 욕심쟁이의 집착도 만만치 않다. 전자책을 외면하고 짐 그 자체인 종이책을 비싸게 사들여 공들여 쌓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는 거다. 책의 물성 말이다.


하나 더 있다. 표지에 이름을 찍는 입장이 되어보고 나니, 물성이 맘에 쏙 드는 책을 보면 저절로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이런 책을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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