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이 <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있어요>를 보다 쓰다
내가 아무리 책을 많이 산다지만 읽는데 두 시간이 안 걸리는 책은 잘 안 산다. 만화와 그림책은 좋아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고른다. 이러다 정말 무너진 책에 깔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만든 나름의 제동장치다.
인스타에서 발견한 임지이 작가의 왼손툰이 브레이크를 풀어버렸다. ‘다음회’와 감질에 졌다. 책 샀다는 얘기를 길게도 하고 있다. 그럴 만해서 그런다. 아주 잘 샀다. 여러분도 사세요, 이 책.
작가는 만화를 그려본 적도 없었는데 어느날 만화 그리는 사람이 되었단다. 혼자 재밌어서 그리고 SNS에 올리다가 출판사의 제의를 받았단다. 우와 대단해 멋져 좋겠다 부럽다 소리가 절로 나올 테지만 잠깐만! 그런 책이 아니다.
나 이렇게 성공했다고, 좌절과 우울을 이겨냈다고, 너네도 할 수 있다고, 포장한 자랑과 기만적인 위로를 말하는 책이었다면 실망했을 거다. 그런 책은 별로다. 다행히 작가도 비슷한 듯, ‘작정하고 감동을 주려하는 게 불편‘하단다. 감동코드를 넣지 않으려고 조심한다나. 솔직담백하다. 만화도 딱 그렇다. 과장과 억지가 없다.
과장이 없는 생활만화(이런 표현은 없지만 문득 생각나서 써본다)가 재미있을까? 만화는 재미가 우선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편견이다. 일단, 담담한 만화도 재미있을 수 있다.(마스다 미리의 인기를 보시라.) 다음으로, 재미는 한 가지 모양만 있는 게 아니다. 박장대소도 재미고 미소도 재미고 피식도 재미다. 웃음만 재미인 것도 아니고 먹먹과 대성통곡도 재미가 된다.
이 책은 어느 쪽이냐면, 다 있다. 큰 웃음과 작은 읏음이 있고, 먹먹한 슬픔과 찌질한 아픔이 있다. 심지어 작가가 소름 돋아하는 감동도 있다. 몇 번이나 울었다. 감동 때문은 아니고 그냥 내가 울보라서. 왠지 작가도 그럴 것 같다. 나 같고 내 친구 같고.
친구를 찾아가고 싶어졌다. 막걸리 사 들고 만화책 옆구리에 끼고. 가까이 안 살아 갈 수가 없네. 멀리서 건배만 하자. 책은 니가 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