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린왕자>를 보다 쓰다
세상 사람들이 다 사랑하는(것 같은) <어린 왕자>가 그저 그랬다. 일단 읽게 된 경로가 참 별로였다. 중1 때 국어 선생이 수업 중에 예문을 들었는데, 바로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였다. 못 알아듣는 아이들의 표정을 본 선생의 반응은 지금 돌이켜 봐도 과했다. 너거덜언 안직껏 <어린 왕자>도 안 읽었다 말이가! 시상에나!! 순식간에 무식하고 게으른 학생덜이 된 우리는 독서부장이 구매한 책을 여름방학 내내 돌려 읽었다. 내 까칠하고 비뚤어진 독讀자성은 그때 다져진 거다. 다들 읽었다고 하면 읽기 싫다. 무슨 책이 좋다고 하면 의심한다. 어떤 책을 안 읽었다 하여 무시하지 않고, 주눅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책 읽기 싫어한다고 다들 걱정이 많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안달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아이들 잡기 전에 일단 당신부터 읽으시라.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여주시라. 읽어라 마라 하지 않아도 재밌으면 다 알아서 읽는다.
다음은 <두린 왕자>의 첫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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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나는 요섯 살 때 곶에 대해 쓴 <체험담>이옌 헌 책의서 아주 겡장헌 그림을 보앗다. 그것은 혼 짐승을 솜키는 보아베염 그림이랏다. 이것이 그때 본 걸 그린 것이다.
그 책에는 영 써졍 잇엇다.
”보아베염은 먹이를 씹지 안허영 통째로 집어솜켜 분다. 경허고 나민 움직거리지 못허연, 그 먹이가 다 소화뒐 때꺼정 요섯 달 동안 좀을 잔다.“
그 책을 보아 난 뒤에 나는 곶디서 일어나는 모험에 대허영 곰곰 셍각허여 보앗다. 경허고 색연필로 멧 번 그려 보난 쳇 번채 그림에 성공허엿다. 이것이 나 그림 제 1호다. 건 이추룩 생겻다.
(그림)
나는 작품을 어룬덜신디 보여 안네곡, 그림이 모솝지 안허냐고 물엇다.
경헌디 어룬덜은 영 답허엿다.
”모자가 무사 모솝나?“
나는 모자를 그린 것이 아니랏다. 그것은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이신 보아베염이엇다. 나는 어룬덜이 알아먹지 못허난 달른 걸 그렷다. 어룬덜이 조세히 보아지게 보아베염의 소곱을 그렷다. 그이덜은 늘 설명해줘사 헌다. 나 그림 제2호는 이추룩 생겻다.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