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꽃 앞에서 쓰다
꼬마자동차 붕붕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은퇴해서 꽃밭 가꾸며 살고 있을까. 지금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면 당장 이 섬으로 와야 한다. 혹시 당신이 그를 만난다면 제주로 가라고 전해 주면 좋겠다. 귤꽃이 피었으니까.
귤꽃이 피었으니까, 밤새 편지를 써야겠다. 붓 끝에 꽃향기 듬뿍 묻혀 바람 옷자락에 써넣어야지. 당신 있는 데에 도착한 바람이 콧잔등을 쓸며 지날 때 문득 떠올릴 수 있게. 누가 보냈을까 궁금해하며 벌름벌름 읽을 당신을 생각하며 빙섹이 웃어야지.
아랫목에서 얼굴을 노랗게 물들이며 이야기를 까먹던 밤. 달고 신 반달을 입안에 넣어주던 손가락이 있었지. 주름지고 헐렁하고 따숩던 손을 당신도 기억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어서 섬으로 오라고, 몸이 오지 못 하면 바람 옷자락 꽃향기를 타고 마음 먼저 오라고 얼른 소식을 띄워야겠다. 귤꽃이 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