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일 알바 다녀와서 쓰다
어제 밧디 강 패마농 작업헴수다. 꽝 쑤셔그네 늴은 못 가켄 헴수다.
어제 밭에 가서 쪽파 수확 작업을 했다. 뼈마디가 쑤셔서 내일은 못 가겠다고.. 했다는 건 거짓말이고 오늘은 원래 일이 없는 날이란다.
밭일을 몇 번 경험은 해 봤던지라 힘들 줄이야 알고 있었고 각오도 했다. 죽어라 해도 할망들 반도 못 따라가는 부끄러움이야 눈 딱 감으면 된다. 그렇긴 해도,
나만 빼고 다들 7후 8초 할망들인데 이들의 기염은 알고 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땅에 아예 붙어서 움직인다. 입도 쉬는 법이 별로 없다. 무슨 기운인지 모르겠다. 나는 말은커녕 질색하는 지렁이 지네를 발견하고도 악소리도 안 나왔다. 좋아하는 장면이 널렸는데 사진 한 장 찍고픈 맘도 안 생겨서 쉴 때도 멍하니 있었다.
안 쓰던 근육을 쓴 데다 조금이라도 덜 처지려고 그야말로 온몸의 힘을 다 쥐어짰더니 죽어지켜.(죽겠다)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러니 어제는 정말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다는 말이 딱이더라. 안 끌려나오려고 한 덩어리로 뭉쳐그네 버티는 패마농 머리끄덩이 잡고 골갱이(호미)질에 용을 쓰다보니 목젖에 잇뿌리까지 아픈 신기한 경험을 했다. 신기하지만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 감각이다.
입맛도 없고 심지어 커피 생각도 안 나서 멍 때리다가 그래도 뭘 먹어야겠지, 냉장고를 연다. 아무렴, 먹어야지. 가진 재산이라곤 몸뚱이뿐인데 시원찮더라도 잘 보살펴야 계속 쓸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