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찜질을 하다 쓰다
새 일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밥벌이. 안 해 본 일이고 할 거라 생각도 안 해 본 일이다. 삼 주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조금도 상상 못 했다.
타고난 몸치, 몸꽝에 안 해 본 일을 하면 바로 반응하는 성미급한 몸이다. 작용-반작용과 같다. 평소 안 먹던 걸 먹으면 배탈이 나고 새 옷을 빨지 않고 입으면 두드러기가 나는 현상 같은 거.
그런 몸이 너무나 오랜만에 일을, 태어나 처음인 일을 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내는 반응은 모두 당연하다. 습진이 심해지고 혓바늘이 돋았다. 허리 다리 발뒷꿈치가 쑤시는 것도 당연한데 제일 격렬한 반작용을 보이는 건 손이다. 손이, 손목과 아귀와 손가락 마디와 손톱뿌리가 골고루 뻐근하다. 익숙치 않은 동작을 많이 한 탓이다. 아직 요령이 붙지 않아 불필요한 힘도 많이 썼을 테다.
피로와 통증쯤이야 예상했지만 제일 심한 게 손일 줄이야. 이건 예상 못 했다. 원래 약한 허리와 목이 아플 줄은 알았지만.
게으른 손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 손이다. 고생이라곤 모르는 손, 이란 말도 들어봤지만 늘 억울했다. 그런 말은 부잣집 규수의 섬섬옥수에나 어울릴 테다. 용돈은 고사하고 교재비도 제 때 타 본 적 없어서 수능 끝나자마자 피자 나르러 갔던 손에게 마땅한 말은 아니라며 속으로만 툴툴대곤 했다. 예쁜 손이라는 칭찬이란 수습도 궤변으로만 들린다.
한데 뻐근한 손을 쥐락펴락, 손가락 마디를 다른 손으로 주물주물하고 있자니 틀린 말도 아니었구나 싶은 거다. 게으른 손 맞구만, 이 정도 갖고 일한 티를내려 안달이라니. 정말이지 엄살이 심한 몸이다.
그래도. 어설프고 성미 급하고 게으르고 엄살 심한 몸이지만 어떻게든 삐걱삐걱 굴러가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으악으악거리면서도 일해주고 밥을 벌어주니까. 손가락 통증에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