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좋아서 쓴다. 잘 쓰는지는 모르겠고 신경도 별로 안 쓴다.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잘 쓴다는 소리 별로 못 듣고 산다. 글 좋으면 SNS 계정에 사람들이 몰리고 책 내자는 제안도 받고 한다던데 그런 적 없다. 어느 별 얘기인가 싶다.
투정하는 거 아니다. 말투가 문젠지 오해를 많이 산다. 투덜대고 징징댄다고. 나는 다만 궁금하다. 관계와 소통은 늘 힘들고 사람들 생각을 모르겠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 웃자고 쓴 글에 힘내요가 잔뜩 달리면 어리둥절하다. 또 징징댔나 싶어 무안해 풀이 죽는다. 그래도 소중한 벗들이 읽어주는 게 고맙고 기뻐서 다음날이면 다 잊고 끄적거리지만,
늘 궁금했다. 학생 때 소모임부터 최근의 독서모임까지. 내 글은 사람들이 그닥 반응하지 않는 글이었다. 호평이건 악평이건 평을 하거나, 공감한다거나 이해 못 하겠다고 덧붙이거나, 자신의 이야기로 화답하는 반응 말이다. 피드백이나 댓글이라 부르는 쪽글 같은 것들.
몇 해 전에 온라인수업을 들었는데 학점을 얻으려면 참여해야 하는 토론게시판이 있었다. 자기의 글을 게시하고 다른 사람의 글에도 댓글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기준량이 있었다. 그러니까 댓글도 과제인 셈인데 거기서도 내 글은 피드백을 별로 끌어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 글만 피해 가는 것 같았다.
당황스러웠다. 내 글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피해 가게 하는가. 형편없는 글이라는 증거인가 싶어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얼마 안 갔다는 게 또 문제. 머리 싸매고 고민해도 모자랐을 지 모르는데 며칠 지나니 홀랑 잊어버렸다.
써야 할 사람은 써야 한다. 그 말에 매달렸던 적도 있지만 그땐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써야 할 사람이 못 되는 거 같았다. 글 잘 쓰는 천재들이 넘쳐나는 데 내가 뭘.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사람은 가만히나 있자.
..는 무슨! 그러거나 말거나가 심해졌을 뿐이다. 내가 좋아서 쓴다. 읽어 주길 바라고 좋아해 주면 바랄 나위 없지만 좋아해 달라고 쓰는 건 아니다. 누가 뭐라는 이도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은 대로 쓸 거다. 시작할 땐 이게 아니었는데 엉뚱하게 후닥닥 끝내 버리는 건 집사의 사정 따위 알 바 없는 냥님 탓인 걸로. 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