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뮐러 <숨그네>를 읽다 쓰다
오래 걸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한없이 무기력하게 한다. 그래, 무기력하게. 슬픔도 분노도 절망도 없이. ‘수용소 문학’이라는 말을 읽고 몸서리쳤던 날이 있었다. 수용소 문학이라니. 수용소 문학이라니. 수용소 문학이라니. 그 밤 많이 울었고 흘린 눈물이 부끄러워 조금 더 울었다. 나는 무기력했다. 슬픔도 분노도 절망도 내 것이 아니었다. 내 것 아닌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어쩌지 못해 한없이 무겁고 가벼웠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마음을 돌리게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참 오래 걸려 책을 들었고 오래 읽었다. 숨을 쉬려면 그래야 했다. 무기력함은 숨 쉬는 속도마저 버겁게 했다.
망가지고 오염되고 죽어버린 말들이었다. 망가지고 오염되고 이미 죽었는데 아름다워서,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몸서리가 났다. 아름답다, 고 쓰면서 몸서리친다. 살아남은 말들이 나를 한없이 몸서리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