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를 듣다 쓰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의무 시행이 시작된 건2018년 하반기다. 모 생활문화단체의 총무로서 제주문화예술재단 사업 설명회에 갔던 게 딱 그때였다.
미리 교육에 대한 안내를 하지 않은 건 주최측의 명백한 잘못이었다.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안내를 받는 자리라 생각하고 참석한 수백 명은, 사업설명은 배포한 책자를 참고하라는 말로 끝내버리고 대뜸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시작한 강사와 사회자와 재단에 분노했다.
들끓는 항의로 강의는 중단되었다. 담당자가 의무시행이라는 말로 간신히 설득해 재개하긴 했지만 교육시간 두 시간 중 한 시간이 왈가왈부로 지나간 후였다. 강사는 피피티를 애니메이션 상영하듯 넘기며 내용을 랩으로 쏟아내고 삼십 분 후 도망치듯 강연장을 나갔다.
당황하고 불쾌한 거야 나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공지만 하면 될 걸 뭐 이리 허술한가 헛웃음이 났다. 그러다 다른 데에 주의를 뺏겼다. 터져나오는 항의를 듣고 있자니 이래서 교육을 하려는 거라고 말해 주고 싶어졌던 거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지긋한 연배의 남성들이었다. 몇은 무지한 나도 이름을 알 정도의 원로문화예술인이었는데 그들의 발언, 즉 분노의 요지는 그거였다. “왜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느냐.”
다른 참석자들 몇이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끼어들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불은 이미 애먼 데로 번졌다. 젊은 연놈한테 말이 가로막힌 데 분기탱천한 모 화백이 허공에 지팡이를 찔러대며 “너는 뭐하는 사람인데”를 시작하는 바람에 2차 산불이 일어날 판이었다. 성폭력 예방 교육 시간이 온갖 폭언과 성적 혐오 발언으로 채워진 웃기지도 않는 해프닝이었다.
온라인 강의를 보고 있자니 5년 전 그 일이 생각나 자꾸 헛웃음이 난다. 5년 동안 시행한 의무 교육의 효과는 있을까. 그들은 잠재적 폭력의 존재를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을까.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 건 내가 시니컬에 발목을 잡혀 있어 그럴 뿐이라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