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의 이름

목련 앞에서 쓰다

by 시린

연이라 한다. 피기 직전의 봉오리 모양이 연과 닮아 나무에 피는 연이라 한 모양이다.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한 이름이다. 하기야 모든 이름이 그렇다. 사람이 붙인 식물의 이름은 제 눈에 닮은 형상에서 데려온 게 많다. 방울꽃, 붓꽃, 할미꽃, 앉은뱅이꽃...


목련이 피었다. 잎보다 먼저 피었다. 꽃잎이 활짝 벌어진 모습은 연꽃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은 연이다. 연꽃은 인도의 국화고, 불교와 관계가 깊다. 진흙 속에서 꽃을 피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꽃이다. 연꽃씨로 염주를 만들어 몸에 지니며 기도를 하기도 한다. 이름을 지을 때는 소망도 담는다. 산에 살아 연꽃을 볼 수 없는 이들이 닮은 꽃을 찾아 기도를 했던 건 아닐지. 흰 꽃빛이 상상 속에서도 애틋하다.


목련이 진다. 잎이 없는 가지는 스러지는 꽃을 가려주지 못한다. 갈빛으로 떨어지는 꽃잎은 환하던 흰빛 아래 더욱 검으니, 사람들은 지저분한 꽃이라 욕한다. 붉은 채 송이송이 떨어지는 동백이 제일이라 한다. 어차피 질 생이라면 화려한 꽃비로 흩어지는 벚이 낫다 한다. 너의 앞에서 다른 꽃의 이름들을 말한다.


목련이 맞나? 언제부턴가 꽃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 가까이 가 보았다. 사람들이 목련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이 백목련이었다. 언제부턴가 목련의 자리를 백목련이 대신하고 있었다.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꽃들이 두루 안쓰럽다가, 이들은 사람의 말에는 관심 없을 거라 고쳐 생각하니 조금 나았다.


목련이 보였다. 다세대 주택 화장실 옆 울타리에 대여섯 송이 피어있던 꽃이었다. 여학교 교정에 홀로 서서 여남은 꽃송이를 피우던 나무였다. 밤에 혼자 화장실에 가야 했을 때, 야간자율학습에 당번 청소까지 마치고 학교에서 제일 늦게 나올 때, 환한 꽃송이는 다정한 얼굴 같았다. 머뭇머뭇 다가갔다. 목련이었다. 괜히 울 것 같아서 환히 웃었다. 너의 이름은 뭐니?


* 사람들이 목련이라 부르는 꽃의 대부분은 백목련입니다. 중국이 원산지인 백목련을 관상용으로 심은 나무들이고, 일부 지역에서 자생하는 목련은 보기 드뭅니다. 사진처럼, 꽃잎 아래쪽에 붉은 선이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흔히 자목련이라 부르는 꽃은 자주목련입니다. 자목련은 꽃잎의 안쪽도 자색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