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년의 봄

동지나물을 다듬다 쓰다

by 시린

서울촌년은 학교 화단에 있는 사르비아 꽃잎에서 꿀물 쪽쪽 빨아본 게 전부였다. 동요나 민요에 꽃 따먹는다는 가사가 나오면, 그렇게나 배가 고팠구나, 아무거나 먹다 배탈 나는데, 가엾게 여겼으니 무식하지만 착하긴 했다.


촌년도 문명을 겪다보니 먹을 수 있는 꽃도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화전이란 음식이 꽃무늬를 찍어낸 다식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꽃잎을 넣어 만든 음식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꽃잎 넣어 끓인 뱅쇼 맛을 알게 되었다고 유식해진 건 아니다. 밭에 가득 핀 무꽃, 브로콜리꽃이 예뻐서 넋을 놓았다. 뿌리와 줄기를 먹는 채소는 꽃이 피면 못 먹는다는 걸 몰랐다. 애써 키운 채소를 수확도 못한 농부의 속은 배탈 정도가 아니었을 텐데 웬 이상한 년이 예쁘다며 얼쩡거렸으니 맞고 쫓겨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날아온 브로콜리에 머리가 깨졌대도 할말이 없다.


나이를 처먹기만 한 건 아니라서 눈치란 게 생겼다. 이번엔 밭꽃을 보면 짐짓 슬픈 표정을 짓게 되었다. 어느날 안거리 아주머니가 식게퇴물과 함께 준 김치에 꽃이 든 걸 보고는 그랬다. 못 팔게 된 배추로 김치를 담그셨구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한 입 먹고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왜 이렇게 맛있어??!!!


제주의 봄은 동지나물로 시작한다. 노란 꽃대로 담근 김치는 예상이 안 될만큼 맛있다. 음식의 맛은 버무려진 이야기에 달렸다는 걸 알 만큼은 촌년도 나이가 들었다. 이맘때만 되면 도다리쑥국이 먹고 싶어 몸살이 난다. 멍게비빔밥과 쑥국이 먹고 싶다고, 엄마 아빠도 전화를 해오곤 한다. 고향의 그리움은 먹고 싶은 음식 속에 있다.


동지나물을 얻었다. 이런 비극이 있나. 촌년은 요리를 못한다. 김치는 먹을 줄만 아는데 이걸 어쩐다. 간밤에는 생 배춧잎을 쌈으로 먹었다. 맛은 있는데 동지 한 다라이를 몽땅 다 쌈싸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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