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빨다가 쓰다
그 집에는 멀쩡한 손 두 개에 보조팔이 네 쌍이나 있어서 급할 땐 “나와라 가짜트 팔!” 하고 꺼내 쓰는 사람이 산다지? 그이 사전에 손이 열개라도 모자라다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양말보다 다섯 배 많은 장갑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그랬으면. 할 일은 많은데 내 몸은 왜 이리 느려터졌지? 왜 나는 손이 두 개밖에 없는 거야?
어느날 개미가 지네한테 물었대. 그 많은 다리를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 거야? 대답을 생각하는 순간, 지네는 걷지 못하게 되었대.
의식은 때로 우리를 방해해. 어디로도 가지 못하게 해. 멀쩡히 걷던 다리가 다 쓸데없었다는 듯.
그러니 그냥 할 일을 해. 그만 투덜대고.